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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사천시의회, 시민을 개·돼지로 보나- 정오복(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6-07-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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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후반기가 문제였다. 전반기라고 잡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넘어가는 후반기는 거의 없었다. 전반기에는 의원들이 서로 잘 모르는 데다, 정치적 명분·색채보다 초심이 강해 말썽의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몇 개월 전부터 물밑작업에 들어가는 후반기 의장선거는 후유증마저 심각해 매번 제도 개선이 논의될 정도다. 중앙정치의 갖가지 퇴행적인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지방의회 회의론은 물론, 무용론마저 자초하고 있다.

    스무 날 넘도록 ‘의장선거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사천시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과 안타까움은 이제 배신감으로 비화되고 있다.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빙자한 여야 의원들의 ‘네탓 공방’을 지켜본 시민들로선 우롱당하는 기분마저 들었을 것이다.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돼지”라고 막말하더니, 시의원들마저 사천시민을 무지몽매한 중우(衆愚)로 취급을 하는 게 아닌가 하고.

    최용석 등 야권 의원들의 주장이 울림이 없는 건 아니다. 김현철 의원으로선 해명의 여지가 있지만,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장후보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결정한 것이라 강조하지만, 국회의원 입김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액면 그대로 믿을 시민도 많지 않다.

    그러면 등원 거부를 주도하고 있는 야권 의원에게 지지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글쎄요”다. 1차 투표에서 최용석 의원의 욕심이 들켜버렸기 때문이다. 최 의원 주장대로라면 김현철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끝까지 투표를 거부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4일 본회의 때 한대식 의원이 제때 출석하지 않으면서 김현철 5표-최용석 6표 구도가 되자 1차 투표가 이뤄졌다. 그러나 한 의원의 뒤늦은 등원으로 6:6 동수가 되면서 야권의 작전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이러면서 ‘자리 욕심 내려놓기’ 제의가 됐어야 할 동반 사퇴는 ‘내가 못 먹을 바에야 판을 깨자’는 억지로 비쳐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문제의 심각성은 야권의 동반 사퇴 카드가 명분을 잃으면서 여권에게 ‘승자 독식’의 빌미를 제공, 협상의 여지를 줄였다는 데 있다. 더욱이 “원래 7~8월 2개월 동안은 회기가 없는 방학인데, 장기간 휴회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으니 버텨보자”는 내심마저 비쳐져 ‘식물 의회’ 우려마저 낳고 있다.

    원활한 의회 운영을 위한 의장선거가 오히려 부적절한 경쟁구도로 변질되면서 지방의회 정체성마저 흔들려선 안 된다. 여야 의원들의 기자회견문에 적은 대시민 사과가 진정성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오복 (사회2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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