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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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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염원- 박지운(김해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 기사입력 : 2016-07-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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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경기도 광주에서 연주회를 지휘했다. 이름도 생소한 남한산성아트홀. 하지만 5년 전에 지었다는 연주 홀은 뜻밖에 상당히 아름다웠고 울림도 좋았다. 오페라문화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 도시에 오페라 열기를 불어넣기 위해 5년 전에 설립된 광주시오페라단의 부름에 응한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출연진들이 2시간30분 가까이 소요되는 매머드 공연을 연출해냈다. 그래서 단일 갈라콘서트로서는 최고로 많은 곡들을 지휘한 것 같다. 장장 26곡. 아마추어 수준을 사뿐히 뛰어넘는 광주시민합창단의 열정을 배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아리아와 중창, 합창의 열기에 화답하는,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

    이번 공연이 시발점이 돼 이 도시에 오페라문화가 정착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해서 근년에 공연한 김해, 원주, 안양, 거제, 사천 등의 중소 도시들에도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느 단장의 염원처럼 오페라 상설무대가 열렸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도 언젠가는 독일처럼 웬만한 규모의 도시들도 모두 오페라극장을 소유하게 되고 그것이 시민들의 자랑이자 자긍심이 되었으면….

    바그너의 설명대로 3개의 시간예술인 시, 음악, 무용과 3개의 공간예술인 미술, 건축, 조각을 한 공간에 동시에 모을 수 있는 유일한 장르가 오페라이지 않은가? 인간 정신활동의 축소판을 종합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장르가 오페라라고 인지한 바그너는 그의 극이 오페라가 아닌 ‘Musik Drama’로 명명되어지길 원했다. 그의 염원처럼 오페라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아닌 예배적 요소와 구도자의 요소로서 작용했기에 바이로이트의 기적이 일어났고, 히틀러가 자극받았으며, 야만인 취급을 받던 게르만족이 세운 독일이 오늘날 유럽연합을 이끄는 맹주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가 아시아권에서 오페라문화가 제일 활성화된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국공립, 사립을 막론하고 이러한 거시적 관점에서 오페라를 올리는 이유를 찾는 단체가 많아졌으면…. 그래서 우리도 언젠가 독일처럼 아시아연합의 맹주가 되었으면….

    박지운 (김해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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