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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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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떠나고픈 내원(內院), 산청 내원사계곡

[기자가본] 김유경 기자-산청 내원사계곡

  • 기사입력 : 2016-07-26 15:57:38
  •   

  • 도청 앞 신호등에서 의견이 갈렸다.
    동행한 선배는 마산방면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네비게이션은 장유방면을 가르켰다.
    일단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말을 맞췄다.
    그때 알았다.
    차는 양산 내원사를 향하고 있고 선배는 산청 내원사를 말하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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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 대포숲의 키 큰 소나무, 그 아래에 맑은 물이 흐른다.
     
    미륵보살이 설법을 한다는, 도솔천의 선법당을 일컫는 '내원(內院)'.
    그런데 그 내원이 양산에도 있고 산청에도 있었다.
    모로가나 도로가나 모두가 도솔천이고, 거기가 거기 아니겠느냐는 선문답은 사절.
    우리는 내원사가 아닌 내원사 아래 계곡에 가는 것이니까.
    홀로 명상할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덥다고 빽빽 울어대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날 피서지를 살피러 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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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 내원사 계곡.

    산청 내원사 계곡은 지리산 무제치기 폭포에서 시작된다.
    그 웅장한 물이 밑으로 흐르고 흘러 장당골과 내원골로 쪼개졌다.
    두 골짜기 길이가 100여리에, 그 긴 줄기를 따라 내원사를 선두에 두고 10여개의 암자가 숨어있다.
     
    차를 타고 내원사 계곡이 시작되는 하류 대포마을부터
    골짜기를 따라 내원사를 지나쳐 위로 위로 올라갔다.
    끝도 없이 임도가 이어졌고, 인적은 드물었다.
    잘 닦인 이면도로이므로 한적하게 드라이브를 해도 좋을 듯 했다.
    코끝을 스치는 대기가 청량하다는 것, 손에 닿는 물안개의 촉감이 부드럽다는 것,
    온 산이 초록빛으로 터질 것 같다는 것, 그 아래에 융단처럼 깔린 물은 맑고 깨끗하다는 것.
    무엇을 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메인이미지산청 내원사 계곡에 간간히 낚시를 즐기는 피서객들이 있다.
     
    이번엔 내원사에서부터 시작해 대포리 마을까지 거꾸로 내려가봤다.
    물의 끝에는 대포숲 유료 야영장이 있었고, 피서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꽤 붐볐다.
    야영장 이용요금은 5000원. 깨끗하게 잘 관리 되어 이용료가 특별히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날이 더우면 더울수록, 여름밤이 깊어가면 깊어갈수록 내원사 계곡은 사람들로 붐빈다.
    이 당연한 진리 때문에, 조금 일찍이 휴가를 내어 가족들과 이 곳을 찾았다고, 한 피서객이 귀띔했다.
    대포숲은 울창한 소나무숲이다.
    키가 껑충하니 크고 밑둥이 튼튼한 소나무가 만드는 깊은 그늘이 해를 등지고 피서객들을 굽어보고 있다.
    아, 8월 13일 저녁에는 이 소나무 숲에서 대포마을에서 주최하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피서객들이 참가할 수 있는 노래자랑도 열리고, 지리산 권역의 특산품인 벌꿀과 곶감 판매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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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청 내원사 계곡은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아 아이들이 놀기에 좋다.

    골짜기를 관통하는 물은 차고 투명하고 그것이 만드는 결은 아름다웠다.
    수심도 그리 깊지 않아 어린이들이 놀기 적당했고, 간간히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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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원사 전경.
     
    내원사로 올라가봐도 좋을 것 같다.
    내원천을 지나 하얀 깨꽃이 흐드러진 텃밭을 건너 경내로 들어서 보자.
    이 곳에는 국보로 지정된 석조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좌상이 있다.
    8세기 신라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이 화강암 석물은 무수한 시간만큼이나 희미한 윤곽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불상의 손모양을 잘 살펴보길.
    왼손 집게 손가락을 오른손으로 온전히 감싸쥐는 지권인(智拳印)을 취하고 있다.
    지권인의 의미는, 법으로써 중생을 구제한다는 것.
    심하게 마모된 그 거친 손으로, 지난 12세기 동안 그는 얼마나 많은 아픈 영혼들을 구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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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원사 비로자나불상. 손모양을 잘 살펴보자.
     
    창원으로 돌아오는 길은 말할 것도 없이 아쉬웠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쉬운 마음은 동행한 선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비록 시작점에서는 서로 다른 내원을 떠올렸을지라도.
     
    글=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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