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성산칼럼] 무엇을 할까?- 이정환(재료연구소 부소장)

  • 기사입력 : 2016-07-28 07:00:00
  •   
  • 메인이미지

    필자는 월요일 아침부터 연구소의 보직자들을 긴급히 소집한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많은 기업, 기관들이 여름휴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긴급회의를 하는 건 짐작하실 수 있는 대로 아주 특별한 안건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신문을 꼼꼼히 읽으시는 분들은 아실 수 있겠지만 정부와 국회에서는 신문기사를 통해 저희와 같은 출연연구소가 우리나라 미래 성장 동력을 키워내지 못한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계십니다. 충분히 공감할 수도 있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저희 같이 국가 정책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실무 기관 입장에서는 서운한 감정이 없지는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한편으로는 믿고 의지할 곳이 출연연구소밖에는 없어서 기술과 시장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출연연구소 내부에서 치열한 자기반성과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라는 채찍질로 들리기도 합니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회자된 것이 언제부터였나 싶을 정도로 오래됐지만 우리 지역은 그나마 잘해 오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북적이던 상남동도 한산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지역 경기가 침체되는 것이 눈에 보여서 우리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 걱정도 됩니다. 예로부터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요즘처럼 가슴에 와 닿은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이 매사에 날카로워져 신문 기사를 읽기가 주저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미래의 희망으로 덕담을 건네기보다 마치 멈추지 않는 설국열차를 탄 것처럼 매서워진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끝도 없이 투쟁하는 디스토피아를 경험하지 않는 게 다행이라는 심정이 될 때가 많습니다. 암울한 환경에 처하면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고 매사가 부정적인 마음이 되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이 어려운 상황은 개의치 않고 자기주장만 펼치는 집단에 대해 반감이 솟구쳐 올라 자중자애를 되새겨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 회의를 들어가면서도 필자와 같이 연구소 선배 입장으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혹시라도 잘하라고 한 얘기가 의기소침하게 만들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회의 중에 우리 연구소의 젊은 연구원들은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를 입씨름하는 부정적인 내용보다 긍정적인 발언이 훨씬 많아서 기분이 처지지 않게 회의를 마쳤습니다. 매사에 부정적인 발언을 일삼거나 이럴 줄 알았다고 소위 뒷북을 두드리시는 분들이 사회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보상이 없더라도 본인 직무에 책임을 다하려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유지되고 있음을 느끼는 아침 회의였습니다.

    제가 다니는 연구소 직원 중에 소위 말해 머리는 뛰어나지는 않지만 성실하게 근무하는 연구원이 있습니다. 그 연구원과 대화를 할 때면 가슴이 답답해질 때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그 연구원의 취미는 달리기인데 그렇게 먼 거리를 달릴 때면 무슨 생각을 하냐고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연구원의 답이 무성의하게 느껴져서 버럭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자리에 돌아와서 그 연구원이 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맞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늘 시간도 없고 누가 박수쳐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달릴까라는 생각이 들면 더 이상 달릴 수 없다고 그 연구원이 말합니다. 그래도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목표로 삼은 곳을 향해 꾸준히 달리는 시간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행복해서 다른 생각이 들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어떤 일이라도 완성까지 가는 길은 험난한 것이 조금도 다르지 않고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들이 말씀하셨고 저희가 자식들에 늘 강조하는 이야기는 한눈팔지 말고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입니다. 미래학자들이 수많은 미래 전망을 내놓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는 길을 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무엇을 할까 고민이 되시는지요?

    이정환 (재료연구소 부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