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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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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표류’ 창원 용동근린공원 조성사업 (상) 현장 가보니

곳곳 불법 경작·쓰레기 몸살
옥수수·상추·깻잎 등 텃밭만 수십곳
수년째 폐기물도 방치돼 주민 피해

  • 기사입력 : 2016-07-2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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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7일 오전 창원대학교 인근 텃밭에는 옥수수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사)아름다운 용동공원 사무국장인 길창용(60)씨는 “저것 보세요. 엄연히 경작이 불가하다는 안내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법 경작물들이 저렇게 버젓이 자라고 있잖아요”라고 말했다.

    길씨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옥수수뿐만 아니라 깻잎, 상추, 호박, 고추 등 다양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러한 텃밭은 인근에만 수십여 곳이 자리 잡고 있다. 경작지 울타리 곳곳에는 창원시에서 설치한 ‘경작/점거/훼손/쓰레기 투기 금지’ 계고장이 버젓이 붙어 있었지만 경작행위는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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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의창구 퇴촌동과 용동, 사림동 일대 6만9000㎡ 규모의 용동근린공원 조성사업 현장이 경작금지 푯말이 세워져 있음에도 불법경작이 이뤄지고 있다./전강용 기자/


    하지만 이곳은 농장이 아니다. 이곳은 용동근린공원 조성사업지로 이미 오래전 공원이 조성됐어야 했다.

    용동근린공원 조성사업은 지난 1998년 12월 30일 창원시 의창구 퇴촌동과 용동, 사림동 일대 6만9000㎡ 규모로 조성계획 결정 및 지적 승인이 난 후 17년이 지난 지금도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창원시와 공동 사업 시행자인 (주)약송개발이 주민과 창원대의 입장을 받아들여 실시계획을 변경해 사업을 다시 추진키로 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틈에 불법 경작도 다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작물을 경작하고 있던 한 남성은 “이 땅은 창원시 소유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창원시민이니까 경작을 해도 되는 것 아니냐”면서 “땅을 그대로 놀리는 것보다 이렇게 경작하는 게 낫지 않나”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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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림잡아 100명 이상의 경작자들이 이곳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을 것입니다. 이 중 20%는 인근 주민이고 나머지 80%는 외지인들로 파악되는데 문제는 경작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이지요”라고 길씨가 말했다.

    길씨에 따르면 경작자들에게 매번 주의를 주고 경작물을 회수하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따르는 척만 할 뿐 경작을 이어나가고 있다. 관리주체인 창원시와 약송개발이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주된 원인이다.

    “여기 폐기물이 수북이 쌓여 있죠? 수년째 방치되다 보니 온갖 쓰레기들이 이곳에 버려지고 있습니다.” 길씨가 쓰레기 더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창원시와 약송개발이 관리를 해야 하는데 실시계획 승인 이후 생활 쓰레기와 폐기물 등이 쌓이지만 전혀 손을 대고 있지 않습니다. 청소 인부도 이곳은 청소하지 않아요”라고 덧붙였다.

    쓰레기가 쌓인 곳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 언덕처럼 변한 곳도 있다. (사)아름다운 용동공원은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지난 6월 굴삭기를 동원했으나 워낙 양이 많아 포기했다.

    6만9000㎡에 이르는 부지 관리는 (사)아름다운 용동공원에서 하고 있다. 용동공원을 잘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지난 2012년 세워진 이 법인은 매년 5000만~6000만원을 들여 이곳을 청소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관리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길씨는 “정말 답답합니다. 17년째 진척도 없는 사업을 이렇게 내버려두고 있는 창원시도 그렇고, 사업시행을 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 시행사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피해만 보고 있습니다”며 한숨을 쉬었다.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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