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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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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3) 기상관측(氣象觀測) - 날씨의 모양을 보고 예측한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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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이든지 예측이 되면 대비를 할 수 있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예를 들면, 강가 경치 좋은 곳을 사서 자기의 꿈을 담아 설계를 해 집을 잘 지었다고 하자. 그러나 몇 년 뒤 비가 많이 와서 침수가 되어 집을 못 쓰게 돼 버렸다. 평소에는 침수가 안 되지만, 몇십 년 만에 한 번씩 홍수에 침수된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집을 짓는 헛수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귀중한 물건들을 다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상변화가 때로는 사람의 생명과 재산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아주 중요하다. 태풍이 불 것이라는 정보를 알고 고기잡이를 안 나간 어부는 살지만, 모르고 나간 어부는 죽는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아득한 옛날부터 인류는 기상에 대해서 미리 알고 싶어 노력을 많이 했다. 미리 알면 유리한 것이 많으니까. 3000년 전에 나온 ‘주역(周易)’에도, ‘우러러 하늘의 무늬(해, 달, 별, 구름 등 하늘의 현상)를 보고, 구부려서는 땅의 결(산, 강, 내, 호수, 들판 등 땅의 생김새)을 살핀다(仰以觀於天文,俯以察於地理)라고 했다.

    우리 조상들도 기상 변화를 미리 알려고 애를 많이 썼다. 신라 선덕여왕 때 이미 첨성대를 만들었고,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에 이미 일식, 월식, 지진, 기상이변 등등 기후나 기상에 관한 기록을 비교적 상세히 기록했다.

    고려 초기부터 천문, 기상 등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전문부서인 태복감(太卜監), 사천대(司天臺)를 설치했다. 조선을 건국하던 1392년에 서운관(書雲觀)이 설치됐고, 1425년에 세종은 이름을 관상감(觀象監)으로 바꿔 그 업무 범위를 넓히고 기능을 강화했다. 책임자를 영의정이 겸직하도록 했으니, 천문기상 관측의 중요성을 절감했던 것이다. ‘고려사’나 ‘조선왕조실록’에도 천문 기상에 관한 기록이 상세히 적혀 있다.

    옛날에 우리 조상들은 기상을 미리 알려고 여러 가지 상황이나 경험, 인체의 감각을 최고로 활용했다. 예를 들면, 1년의 기상을 미리 예측하는 ‘정월 대보름날 달빛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홍수가 지고, 적당하게 불그스레하면 비가 알맞게 온다’, ‘입동날 따뜻하면 그해 겨울은 따뜻하다’ 등의 말이 있다. 또 며칠간의 기상을 예측해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 ‘멀리 절간의 종소리가 잘 들리면 비가 온다’, ‘저녁 서쪽 하늘에 무지개가 서면 날이 갠다’ 등도 있다. 오늘날은 위성관측이 되고, 또 컴퓨터 등 관측기구가 발달해 일기예보 등 기상관측이 대체로 정확하다. 알게 모르게 사람들은 기상관측의 혜택을 크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상관측의 혜택을 받을 때는 모르다가, 간혹 틀리면 언론 등에서 그것만 심하게 부각시켜서 기상청을 매도한다.

    매도하기 전에 기상청에서 정확하고 폭넓게 예측할 장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여러 사람들이 응원을 해야 그 혜택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氣 : 기운 기. *象 : 모양 상.

    *觀 : 볼 관. *測 : 헤아릴 측.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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