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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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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기자 세상] 사라져가는 도랑과 덤벙

농사 물 걱정 덜어주고 동식물도 살아가는 작은 생태계
장훈서 초록기자(창원 팔룡초 5학년)

  • 기사입력 : 2016-08-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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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 주변에 있는 물웅덩이 ‘덤벙’.


    나는 아버지를 따라 고성에 있는 할머니댁을 자주 방문한다. 농사를 지으시는 할머니는 “가뭄이 들어도 장마가 들어도 농부의 걱정은 끝이 없다”라고 하시면서 “그만큼 농사를 짓는 데는 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농사에 꼭 필요한 물을 구하기 위해 조상들은 도랑과 덤벙을 만드는 지혜를 발휘했다”라고 말씀하셨다.

    도랑은 논에 물을 대거나 논바닥의 물을 빼기 위해 논의 가장자리에 낸 작은 개울, 개천 같은 것이고 덤벙은 넓고 오목하게 팬 땅에 물이 고여 있는 곳, 곧 웅덩이 같은 곳을 말한다. 도랑과 덤벙이 오래되면서 작은 생태계가 만들어졌고, 큰 늪과 저수지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도랑과 덤벙은 최대의 습지인 논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도랑과 덤벙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실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도랑과 덤벙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하는 고성으로 가봤다.

    고성에도 자연식 도랑은 거의 남아 있는 곳이 없었고, 대부분 현대식 도랑으로 바뀌어 있었다. 친환경 생명환경 농업을 하는 고성군 개천면의 무지돌이 마을에서도 자연식 도랑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비가 오고 나면 항상 보수를 해야 하는 자연식 도랑에 비해 현대식 도랑은 관리가 편리해. 일할 사람도 줄었으니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생태계와 자연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자연도랑이 좋지.” 무지돌이 마을 총무님께서 말씀하셨다.

    현대식 도랑은 배수가 잘 되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거의 없다. 물이 말라가는 도랑에는 죽은 우렁이 껍데기가 보였다. 빨리 흐르고 빨리 마르기 때문이다. 자연식 도랑은 늘 졸졸 흐르는 물이 있어 미꾸라지, 송사리 등 다양한 생명들이 있었다고 한다.

    고성 거류면 감서리에서 발견한 덤벙은 크고 깊었다.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덤벙가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잠자리 몇 마리와 황소개구리 올챙이 정도였다. 맑은 물이 있는 덤벙도 있었고, 갈대와 물풀이 우거져 속을 들여다보기도 힘든 덤벙도 있었다. 또 다른 덤벙을 찾아 창원 진동면 진전중학교 뒤쪽으로 향했다. 얕은 덤벙은 접근하기 쉬웠다. 붕어, 피리미와 같은 물고기도 많고, 여치, 물방개 등 다양한 곤충도 많았다.

    덤벙과 도랑을 탐방하며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자연식 도랑과 현대식 도랑의 장단점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어쩔 수 없는 개발의 필요성도 알았다. 덤벙의 역할과 소중함도 직접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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