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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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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인 피부색은 왜 황색이 됐을까

■ 황인종의 탄생 : 인종적 사유의 역사

  • 기사입력 : 2016-08-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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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처럼 백인이다.”

    유럽의 대항해시대 초기, 지금으로부터 약 400여 년 전이다. 중국을 방문한 포르투갈 상인이 여행기에서 중국인에 대해 적었던 글이다.

    “백인이며 풍채가 좋다”거나 “백인이며, 옷은 독일인, 신발은 프랑스인 같았다”고 한 서양의 관료들도 있었다. 일본인에 대해서도 중국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백인’으로 묘사됐다.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동아시아인에게 ‘황색’이 덧입혀진 것은 18세기부터다.

    이 시기에 백색, 흑색, 밝은 색, 어두운 색, 황갈색, 올리브색 등 극단적이고 다양하게 표현되던 동아시아인의 피부색은 19세기에 이르러서는 ‘황색’으로 수렴된다. 그런 배경에는 자연과학이 있었다.

    ‘생물분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린네는 1735년 ‘자연의 체계’에서 인류를 유럽인, 아메리카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4가지로 분류했다. 초판에서 아시아인의 피부색은 백인보다는 ‘진하다’는 의미의 ‘어두운 색(fuscus)’이라 표현됐지만, 10판에 이르자 돌연 ‘황색’이라는 뜻과 함께 ‘병색’ ‘창백한’ ‘죽은 듯한’ 등의 뜻을 가진 ‘luridus’로 바뀌었다. 동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이 이때 이미 존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의 해부학자 블루멘바흐는 1795년 ‘인류 고유의 다양성에 대하여’ 2판에서 ‘몽고인종’이라는 인종적 범주의 신상품을 발명했다. 칭기즈칸을 떠올리게 하는 ‘몽고인종’이라는 말은 유럽인들 사이에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후 황색과 몽고인종이 결합하면서 ‘황색 몽골로이드’가 탄생했다.

    18~19세기 중국과 일본의 약진에 겁먹은 유럽은 ‘순수한 백색’을 내세우며, 여타의 색상을 가진 사람들과 구분선을 긋기 시작했다. 즉 백색 외의 피부색은 그들에게 열등함의 증거였다. 몽고점, 몽고눈, 몽고증(다운증후군)이 몽고인이나 동아시아인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님에도 이러한 것은 ‘미개한 황인종’의 것으로 이해되는, 우생학을 앞세운 악질적 인종주의가 탄생했다. 결국 황인종이란 백인-황인-흑인이라는 인종주의적 위계질서의 잔재어인 것이다.

    ‘황인종의 탄생’은 서구의 입장에서 동아시아인을 구분 짓고, 혐오하고, 배척한 역사를 세심하게 기록한다.

    과학적으로 인류의 유전자는 인종과 관계없이 99.9% 일치한다. 인종은 그저 사회적 개념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피부색 구분’을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종교 구분’과 ‘이민자 구분’까지 더해지고 있다. 왜 항상 누군가를 작위적 범주로 묶어 구분 짓고 배척해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피부색을 근거로 누군가를 혐오하고 배척하는 일은 지금 한국사회에서도 흔히 벌어지고 있다. 동남아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주민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지난 세기 ‘황인종’을 바라봤던 서구인과 다를 바 없다.

    타이완국립대학교 외국어학과 교수인 저자는 “차별과 배척의 기원을 알아내려면 부단하게 과거를 현재의 재판정에 세워야 한다. ‘황인종’은 그 키워드 중 하나다”고 말한다.

    마이클 키벅 지음/이효석 옮김/현암사 펴냄, 1만6000원

    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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