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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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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사찰에 비보물이 이렇게 많다니

  • 기사입력 : 2016-08-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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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군에 위치한 옥천사(경상남도 기념물 제140호)는 의상대사가 당(唐)나라 지엄법사에게서 화엄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화엄을 강론하기 위해 670년(신라 문무왕 10)에 창건한 절이다. 절의 이름은 대웅전 좌측에 끊임없이 솟아나는 달고 맛있는 ‘샘’(玉泉)이 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 옥천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호국사찰로서 임진, 정유왜란 때는 구국 승병의 군영(軍營)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일본군에 의해 불타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대웅전은 1657년(효종 8)에 용성화상이 중창했으며 그 후 여러 차례 중수했다.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팔작지붕의 다포계(多包系) 양식 건물이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측의 건물이 좌청룡과 우백호가 돼 흉풍과 살기를 막아주는 ‘ㄷ’자 형태의 안정된 구조로 돼 있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당간지주가 있는데, 노스님 말씀으로는 행사가 있을 때는 지금도 사용한다고 한다. 당간지주는 통일신라시대부터 당(幢·불화를 그린 旗)을 세우기 위해 사찰 앞과 마당에 설치됐던 건조물로 돌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나 철제, 금동제, 목제인 경우도 있다. 사찰이라는 신성한 영역을 표시하는 구실과 사찰의 행사를 알리는 역할을 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비보(裨補·흉살과 재앙을 막음)풍수의 일환인 ‘솟대’(나무나 돌로 만든 새를 장대나 돌기둥 위에 앉혀 마을 수호신으로 믿는 상징물)와도 일맥상통하는 사찰의 비보물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의 당간지주와 비슷한 것으로 일본에는 신사의 입구에 도리이가 있다. 도리이의 구조는 두 개의 기둥이 서 있고 기둥 꼭대기를 서로 연결하는 가사기로 불리는 가로대가 놓여 있는 형태로 대개 주홍색이며 불경한 곳(속세)과 신성한 곳(신사)을 구분 짓는 경계 역할을 한다. 도리이 역시 풍수의 비보물로 볼 수 있으며 비보풍수의 의미를 띠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보를 많이 하는 곳 중에서 사찰을 빼놓을 수 없다. 대웅전은 대부분 주산(主山)에서 가장 후부한 산등성이(용맥)의 길한 기운을 받기 위해 그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바람이 세차게 부는 곳이나 살기(殺氣)가 있는 곳에는 사탑을 세우거나 돌탑을 만들어 비보를 하며, 해태석상이나 사자석상, 돼지석상 등을 설치해 액운을 물리치는 비보물로 삼았다. 사찰로 가는 도로는 마치 뱀이 좌우로 뒤틀면서 가듯이 구불구불한 형상으로 사찰에서 수구(水口·기운이 들고 나는 입구)인 일주문(一柱門)을 볼 수 없도록 돼 있다. 풍수에서 ‘도로는 물이며, 물은 재물’로 보는데 직선 도로로 사찰에서 일주문까지 보이면 장풍(藏風)이 되지 않음으로써 흉풍을 직접 맞게 되고 생기는 즉시 빠져나가며 재물도 들어오면 쌓일 틈도 없이 새어나간다.

    고성군 마암면에 돌로 만든 한 쌍의 석마(石馬)가 마을의 수호신을 받드는 당산(堂山)에 세워져 있다. 대개 동물 형상의 비보물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을로 들어오는 입구(‘수구’라고도 함)를 향하도록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곳의 석마는 마을의 뒷산인 주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유인즉, 옛날에 호랑이가 마을에 자주 나타나 피해가 극심해 마을 사람들이 호랑이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석마를 만들어 호랑이가 내려오는 방향인 산을 향해 세워뒀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이 이 석마를 석신(石神) 혹은 마장군(馬將軍)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을의 수호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원래는 석마 한 쌍 사이에 새끼 석마가 있었는데 도난을 당했다고 말하기에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흔적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루빨리 복원을 해 마을에 생기(生氣)가 감도는 행복마을, 장수마을이 되길 바란다. 고성군 개천면에 박진사 고가가 있다. ‘ㅁ’자형 건물구조로 기와담장 내에 와가 7동이 있다. 사랑채 앞에는 정원을 조성하여 정원 앞에 있는 우물의 찬 기운을 막아주는 비보 역할을 적절히 하고 있었다. 중문을 지나 안채로 가면 요풍(凹風)이 부는 곳에 비보물로 안채화단을 조성해 생기가 감도는 ‘생기택’이 되게 했는데 주인의 풍수적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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