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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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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에어컨, 더 이상 장식품 안되게- 이상목(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6-08-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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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이상 ‘호롱불 세대’는 전깃불에 얽힌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농촌에는 인근 마을보다 다소 늦은 1973년께 전기가 들어왔다. 5촉(燭)짜리 전구 하나를 켰을 뿐인데 대낮같이 환해 새 세상을 만난 기분이었다.

    초등생일 땐데 ‘요놈의 실체가 무엇일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급기야 전구를 빼내고 손가락을 찔러보는 사고를 쳤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무엇이 ‘더더덕~’ 손가락을 집어삼킬 듯이 끌어당겼는데, 하루 종일 팔에 힘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무모함이 아찔하다. 당시 보통 가정에서는 탁구공만한 5촉짜리 전구를 주로 썼다. ‘전기세’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습관이 돼 필요 없이 켜놓은 전등을 끄는 일이 일상이 됐다.

    1973년 중동 산유국의 원유감산으로 촉발된 오일쇼크는 가정용 전기요금체계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전력생산의 연료비 비중이 25% 미만에서 60%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지금과 반대로 많이 쓸수록 kwh당 전기요금이 낮아지는 체감제였다.

    정부는 산업용 전기를 최대한 보장해주기 위해 가정용 전기요금만 6단계 누진제로 설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준 월 사용량 0~100kwh는 60.7원, 100~200kwh 125.9원, 200~300kwh 187.9원, 300~400kwh 280.6원, 400~500kwh 417.7원, 500kwh 이상은 709.5원으로 산출된다. 최저 1단계와 최고 6단계의 누진비율이 무려 11.7배다. 반면 산업용은 사용량에 관계없이 kwh당 81.0원, 일반용(상가)은 105.7원으로 고정돼 있다. 때문에 가정용만 ‘징벌적 요금제’라는 불만이 솟구치고 있다.

    급기야 당정은 7~9월에만 적용되는 한시개선안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높다. 누진제 구간 폭을 50kwh씩 늘리는 방안인데 전국 2200만 가구가 총 4200억원의 절감효과를 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가구당 월 평균 6000원 꼴이어서 국민 불만을 진정시키기에 역부족이다.

    발전량이 부족했던 시절에야 가정의 전기사용을 억제해 산업용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취지가 공감된다. 하지만 산업입국이 한창이던 1970년대 얘기다. 이제 가정용 전력사용 비중은 13~14%에 불과하다. 산업용·상업용이 78%로 거의 절대비중이다. ‘일반가정에만 멍에를 씌운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더구나 한전 측은 전력생산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2013년 한전이 원가를 부당하게 산정한다고 지적했다. 생산원가에다가 한전의 필요이익을 더해서 ‘총괄원가’로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은 저유가로 전력생산 원가도 크게 떨어졌다. 민간발전업자들이 한전에 넘기는 kwh당 전력도매가격도 올해 6월 현재 65.31원(2013년 158.13원으로 정점)으로 7년 만에 최저다. 한전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조원을 넘어섰다. 누진제 개선을 거부할 명분이 궁색해졌다.

    때문에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등급을 3~4단계로, 최대 누진율(현재 11.7배)도 2~3배 수준의 세계적 추세로 개편하는 작업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이 폭염에 보통가정의 에어컨이 더 이상 장식품으로만 머무르게 해선 안 된다. 이것이 진정한 ‘위민(爲民)’이다.

    이상목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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