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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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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부산 속 섬처럼 고립된 김해시 어방동 수영마을

농지원부 떼려면 부산 가고, 주민등본 떼려면 김해 가고…생고생

  • 기사입력 : 2016-08-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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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지원부 뗄 때는 부산으로, 등본 뗄 때는 김해로 가야 하고… 세상 천지 이런 데가 어딨는교?”

    “택시 기사도 안 올라 칸다. 급하다고 사정해서 부르면 인상쓰고 와 가지고는 여기는 김해 관내 아니라고 요금을 두세 배는 받는다카이.”

    17일 오전 10시에 찾아간 ‘부산 속 김해’이자 ‘김해 속 부산’인 수영마을. 김해시 활천동 46통회관과 동네슈퍼 앞에서 만난 주민들은 그동안 얼마큼 큰 불편을 겪으며 살아왔는지 하나라도 빠트리지 않고 말하려는 듯 그간의 속앓이를 앞다퉈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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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왼쪽은 김해시 어방동 수영마을, 오른쪽 논은 부산시 강서구 식만동이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 1989년 ‘도의 관할구역 경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김해군 가락면·녹산면 일원이 부산시 강서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수영마을은 지리적으로는 가락면에 가까웠지만 행정구역상 김해군 김해읍에 속해 편입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부산시 강서구 식만동 땅에서 농사를 짓지만 사는 곳의 주소는 김해시 어방동(행정동은 활천동)인 웃지 못할 상황이 20여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영마을 60가구 110여명 가운데 15가구 30여명이 ‘부산 땅 김해 사람’이다.

    이날 만난 주민들이 털어놓은 불편은 받아적기 어려울 만큼 넘쳐났다.

    박정남 수영마을 이장은 “우리 마을 신세가 샌드위치 같다”며 “주민들 불편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다”고 하소연을 이어나갔다. 그는 “제대로 된 도로가 없어서 택시를 불러도 안 들어오려고 하고, 상습침수구역인데 하수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비가 많이 내리면 마을이 물에 잠긴다”며 “경계지역의 불편사항을 부산 강서구청에 말하면 김해 소관이라 말하고, 김해시청에 말하면 부산에 떠 넘긴다”고 속상해했다.

    마을 슈퍼 안에서 만난 강치동(52)씨는 “생활권은 김해인데 땅이 부산 안에 있다보니 농사 관련 서류를 신청할 때는 1시간 거리 넘는 강서구 명지까지 나가야 한다”며 “이쪽으로 오가는 버스는 배차시간도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이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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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시와 부산 강서구 경계지역인 활천동 46통회관에서 큰걸음으로 10발자국을 옮기면 부산 강서구 식만동이다. 정오 무렵 식만동에 위치한 무논에서 피를 뽑고 있던 한 마을주민은 “농사를 짓다보면 시설자금이다 뭐다 해서 정부지원사업이 많은데 우리는 이곳에서 ‘타지 사람’이다보니 후순위로 밀려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며 “서러울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부산 땅에서 농사 짓는 김해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경계조정을 ‘매끈하게’ 해 농지도 김해시로 편입해달라는 것이다.

    김해시도 신항만 배후도로변을 경계로 해 과거 가락면의 상당 부분을 김해에 돌려줄 것을 안전행정부에 요구하고 부산시와도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지지부진하다. 부산시 강서구가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강서구 관계자는 “김해시가 3차례 수영마을과 접해 있는 강서구 내 농지 편입을 요구해왔다”며 “우리도 주민 여론수렴을 해봤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커 현 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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