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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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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지식인의 양심, 살아 있는가?- 최환호(경남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 2016-08-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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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목욕탕에서 나오다 “사람이 많으냐?”는 물음에 “한 명도 없다”고 했다. 목욕탕에 들어간 그는 꽉 차 있는 사람들을 보고 밖으로 나와 화를 냈다. 디오게네스가 웃으며 말했다. “돼지새끼는 많던데 사람은 없더군.”

    가습기 살균제 보고서, 정부·기업지원 연구비와 사업비 횡령·착복 적발은 대학교수사회, 그 지성종말의 일각일 뿐. 영혼 없는 회계사에다 낙하산 정·관피아의 거대한 유착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조선·해운 구조조정. 홍만표, 진경준 등 법피아의 경천동지 치부 게이트. 설상가상 ‘몰카’ 판사, ‘여후배 성추행’ 판사, ‘성매매’ 부장판사들의 방탕의 극치. 재벌3세의 오만무례한 갑질…. 이 땅의 ‘지식인’들 고마 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경남의 슈퍼 갑인들 예외일쏘냐. 지난 7월 도·시·군의회의 후반기 의장단 구성과정에서 모 의회에서는 사전 담합으로 혈서까지 썼고, 동료의원 매수공작에다 성추문 등 중앙 정치의 갖가지 퇴폐적 작태를 그대로 따라하면서 지방의회 무용론을 넘어 폐지론을 촉발시키고 있음에야. 오호 통재라!

    가뜩이나 민생경제가 아사 직전의 시기에 늘 포착되는 건 지식인의 ‘양심 파탄’과 ‘직업윤리의 배신’ 아니던가. 하여 지식인을 ‘서커스장의 잘 훈련된 개(조지 오웰. ‘1984’)’라 했던가. 그럼 개였기에 ‘민중은 개돼지’라고 짖었나?

    지난 4월 교수신문의 설문조사 결과, 전국 4년제 대학 조교수 이상 전임교수 785명을 대상으로 ‘대학과 지식인은 죽었다는 비판에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70.3%의 교수가 ‘그렇다’고 답했다. 돈이든 그 무엇이든 마구 뜯어먹는 하이에나 지식인들이 판치는 나라에 언감생심 창조경제와 구조혁신, 국민행복까지나.

    어찌 지식인마저 혹세무민(惑世誣民)도 모자라 천민자본주의의 괴물이 돼버렸는가. 오천년 역사에서 지식인의 책무는 목숨과 맞바꿔야 할 만큼 막중했거늘. 조선시대 선비들은 ‘신독(愼獨)’을 실천했다. 다른 사람이 보거나 듣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생각을 하지 않는 마음과 태도를 지녔기에 염치없는 선비를 일러 ‘갓 쓴 개돼지’라 능멸했을 터.

    사르트르의 준엄한 언명. “지식인이란 자기에게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사안에도 간섭하는, 아니 간섭해야 하는 사람(‘지식인을 위한 변명’)”이라 정의했다. 최소한 지식인이라면 정의와 진리를 위한 전장, 그 선봉에서 즐겨 싸워야 하거늘. 묻노니 그대 지식인들이 누리는 부, 명예, 권세가 국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임을 눈치라도 챘다면 양심적 인간부터 돼야 할 터. ‘양심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간학일 뿐 아니라 그 시대와 그 사회를 아울러 포용하는 세계관이기 때문이다(신영복 ‘담론’).’ “정직과 사소한 잘못 사이에는 작은 ‘문턱’이 있다. 넘어도 될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이다. 여기서 양심을 도외시하고 문턱을 한 번 넘어서면 용감해진다. 도덕의식은 희박해지고 ‘이왕 이렇게 된 것’이라는 태도가 생긴다(댄 애리얼리.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결국 지식을 토대로 모든 것을 독점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는 ‘식자독식(識者獨食)’ 사회일수록 국가 사회는 파국을 넘어 공멸할 터.

    문제는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박노해. ‘다시’).” ‘사람에 따라 국가도 다르다. 인간의 성격이 다르듯이 국가도 다르다. 국가는 그 안에 사는 인간성으로 구성된다(플라톤).’ 역사가 토인비의 일침. ‘21개의 뛰어난 문명 중에서 19개는 외부의 침략이 아니라 내부의 도덕적 쇠락으로 멸망했다.’ 과연 이 땅의 지식인, 그들의 양심은 살아 있는가?

    최환호 (경남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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