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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김달진문학제 시음악극 ‘사랑을랑’

  • 기사입력 : 2016-08-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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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햄릿’ ‘리어왕’ 등 영국 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대부분은 원래 ‘시’였다. 대사가 시형으로 꾸며진 연극을 ‘시극’이라고 하는데, 고대 그리스 연극이나 셰익스피어 희곡에서 보듯 서양의 극은 3000년 가까이 시극의 형태로 존재했지만, 현재 운율을 가진 대사로 구성된 현대시극은 국내는 물론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도내에서 가장 큰 문학제 가운데 하나인 ‘김달진문학제’에서 시극에 음악을 더한 ‘사랑을랑’(9월 3일 오후 5시 창원시 진해문화센터 대공연장)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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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사랑을랑’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객석과무대’ 연습실을 찾았다. 지난달 말부터 무더위에도 연습에 매진해온 배우와 스태프들이 공연을 2주가량 앞두고 마무리연습에 한창이었다.

    배우의 연기, 조명과 음악 등을 빠짐없이 점검하며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배우들은 연습임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다니고, 집을 얹고 걷는 달팽이 연기를 위해 무거운 가방을 메는 등 각자 맡은 역할에 녹아들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김달진 시인의 시와 김달진문학상을 받은 김일태, 김륭, 유안진 시인의 시에 연극은 물론 음악과 무용을 더해 ‘시음악극’이라는 장르의 옷을 입었다. 시음악극 이름은 김달진 시인의 시 제목과 같은 ‘사랑을랑’으로 삶과 죽음,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다. 문종근 객석과무대 대표가 연출을 맡았고, 김륭 시인이 극본을 썼다. 우무석 시인이 예술감독을 맡았으며 설진환 작곡가가 음악감독을 책임지고 있다.

    시상에서 받은 환희의 영혼을 퍼포먼스를 곁들인 시낭송으로 표현하는 이서린 시인이 주연 ‘수연’ 역을 맡았다. 문 연출가는 “시극의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해 실제 문인을 무대에 올렸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나무가 되고 싶어 바람을 부르는 카페 주인 ‘연옥’과 시를 짓는 교수 ‘성모’ 등 9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특히 마산 출신의 이수영 피아니스트가 출연해 극에 흐르는 피아노를 실제로 연주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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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은 뱃속에서 죽은 아이 ‘동수’를 그리워하는 수연이 피아노가 아닌 가슴을 두드리는 ‘시’를 쏟아내고, 나무가 되고 싶어 바람(‘성모’)을 부르는 카페 주인 연옥의 등장으로 극이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연옥의 카페로 시를 팔겠다는 사람과 죽음을 깨우는 음악을 팔라는 손님들이 들이닥치고 이 과정에서 시 창작의 고통과 인문학을 경시하는 사회 풍토를 꼬집는다.

    우 예술감독은 “철학적인 시의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극에서는 죽어 있는 사회를 반어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생명력 있게 깨우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공연의 주제를 설명했다.

    일반적인 연극보다 대사가 심오하고 대사에 쓰인 거울, 시계, 나무, 우산 등 단어와 소품의 상징성이 짙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설 음악감독이 김달진 선생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든 노래를 김갑식 성악가가 관객에게 들려줘 극의 몰입도와 전달력을 높인다.

    극은 시 낭송에 음악, 안무, 합창이 어우러지면서 삶에 대한 저항과 자유를 갈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깊이 있는 시를 여러 방식으로 풀어내 평소에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시극을 대중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김륭 시인은 “국내에서 민간 문화예술인들이 힘을 합쳐 문학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번 시극은 지역에 있는 예술인들이 모여 문학을 기반으로 음악과 무용, 연극까지 선보이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며 “김달진 시 등 20여 편의 시를 시극에 녹여내, 온 가족이 의미있게 볼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무료로 공연되며, 문의는 김달진문학관 ☏ 547-2623.

    글·사진= 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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