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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획] 9월 전국기능대회 눈에 띄는 경남선수들

  • 기사입력 : 2016-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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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9월 5일에서 12일까지 서울에서 제51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열린다. 지난 4월 전국 17개 시도에서 실시됐던 지방기능경기대회 입상자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모두 49개 직종에서 한국의 산업을 이끌어 갈 1916명이 참가해 뜨거운 경쟁을 펼쳐진다.

    전국기능경기대회 1위, 2위, 3위 입상자에게는 상금 수여는 물론 참가연령에 속하는 선수에게는 2017년 제44회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로 출전자격을 부여한다. 경남은 올해 41개 직종에, 대표선수 134명이 참가한다.

    경남선수단은 한국산업인력공단 경남지사의 기능훈련강화 지원 아래 전국 5위 입상을 목표로 폭염 속에서도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특별한 사연을 갖고 있어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 치열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을 직접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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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혜진씨가 22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남동에 있는 자신의 꽃집에서 화훼장식 직종 과제를 연습하고 있다.

    꽃길 함께 걷는 엄마와 아들 “이번엔 엄마가 메달 도전해요”

    화훼장식 직종 윤혜진씨

    “꽃길 함께 걷는 모자인데, 아들 뒤이어 이번엔 엄마인 제가 출전합니다”

    드릴이 돌아가는 소리, 나뭇가지와 철사 뭉치가 널려 있는 작업대, 무심히 놓여 있는 톱과 공구함까지 오감이 한꺼번에 작동하는 곳에 들어섰다.

    22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윤혜진(45)씨가 운영하는 꽃집의 모습이다. 윤씨는 지난 4월 열린 경남기능경기대회 화훼장식 직종에서 은메달을 수상해 이번 전국대회에 참가를 앞두고 있다. 화훼장식이니만큼 꽃만 가득히 차 있을 거란 예상은 빗나갔다. 대회에서는 오브제 장식, 꽃다발, 절화장식, 리스행잉장식, 신부 꽃 장식, 식물심기, 창의적 형태 디자인 등 7가지나 되는 과제를 해내야 하기 때문에 들어가는 재료와 필요한 공구가 많다.

    “3일에 걸쳐서 경기 시간만 14시간 15분이어서 만만찮습니다. 매일 한두 작품씩 연습하고 있어 하루가 짧아요.” 그의 손은 접착본드와 굳은 살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나마 공구들이 좋아져 많이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고된 준비과정에도 윤씨의 얼굴에서 웃음이 묻어나는 이유는 화훼장식 직종의 2014년도 전국기능대회 출전자 덕분이다. 그 출전자는 윤씨의 첫째 아들인 김수관(20·군 휴학)씨. 휴대폰 게임에서 멀어지게 해 보려 당시 중2 학생이던 수관씨에게 화훼장식 런던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선수의 훈련 장면을 직접 보여준 것이 계기가 돼 그 이후 꽃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수관씨는 고3 때인 지난 2014년 경남지방기능경기대회 동메달을 따면서 전국대회에도 출전하게 됐다. 현재 강원도에서 군 복무 중인 수관씨를 대신해 그동안 대회 준비를 돕기만 했던 엄마 윤씨가 10년 만에 대회에 나선다.

    “평소에 꽃다발과 꽃바구니만 만들다보니 한계를 느꼈어요. 대회를 준비하다보니 꽃으로 다양한 조형을 만들어보는 과제들도 재미있고, 메달도 욕심나네요. 아들에 이어 출전하니 우리 집안은 속일 수 없는 기능인 가족인가 보다 생각도 들고요.”

    둘째 아들인 성민(16·마산공고1)씨도 캐드작업을 하는 아빠를 뒤이어 기능대회준비반에서 내년 대회 참가를 위해 캐드 기능을 연마하고 있다.

    윤씨는 대회를 준비하며 훨씬 가족과 가까워졌다면서 대회 준비도 즐겁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째 아들이 휴가를 나와서는 ‘꽃을 더 써야겠다’는 조언을 해주기도 하더라고요. 자신이 못 딴 메달을 꼭 따라며 응원을 보내오고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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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용 씨가 23일 오후 마산대학교 실습실에서 전국기능경기대회를 대비해 피부미용 직종 과제를 연습하고 있다.

    유일한 피부미용 남자 도전자 “주목받는 만큼 더 준비해야죠”

    피부미용 직종 성기용씨

    “전국 피부미용 직종 참가자 중에 저 혼자 남자랍니다.”

    7년간 해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미용업계에 진출하기 위해 전역한 성기용(28·마산대학교 2)씨는 전국에서 주목받는 출전자다. 피부미용 직종에 출전하는 전국 시도 대표 참가자 39명 가운데 유일한 남자기 때문이다.

    4월 경남기능경기대회에서 피부미용 직종 금메달을 수상해 전국대회 준비에 여념없는 그를 22일 만났다. 머리 오른쪽 부분은 반삭을 하고 왼쪽 머리는 길러 있는 모습부터 심상찮다.

    어릴 때부터 제과제빵 등 손으로 만드는 일에 뛰어났던 그는 경남대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했다. 군대갈 시기가 찾아왔고 해군에 35년간 몸담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해 7년간 복무하게 된다. 큰 배를 타면서 메이크업을 전공한 이발병과 가까이 지내면서 미용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만 갔다.

    “대학교 때도 여학우들이 많았는데 화장품을 제가 골라줬어요. 군대 안에서 관심이 더 생겨서 진로 고민을 하다 전역을 결심했습니다.”

    집안의 반대가 있었다. 왜 평생 안정적일 수 있는 직장을 두고 어려운 길을 택하냐는 부모님의 걱정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남자가 왜 여자들이 하는 걸 하냐’는 식의 반대는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덕에, 지금은 아버지가 직접 피부미용 모델이 돼 주는 등 가족들이 든든하게 응원해주고 있다.

    2013년 학원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네일아트와 메이크업 등 미용 공부를 시작했다. 우연히 본 피부미용 자격증을 준비하며 이 분야에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마산대학교 뷰티케어학부 피부전공으로 입학해 과대표와 부학회장을 맡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대회 준비도 열심이다. 전국대회 때는 얼굴관리와 전신관리, 기기와 왁싱을 포함해 기용씨가 어려워하는 네일과 메이크업 과제까지 있어 쉽지 않다.

    또한 남자라서 주목받겠지만 도리어 화가 될 수도 있음을 알기에, 기용씨는 차근차근 준비하면서도 신나게 대회를 치르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남자라서 주목받기에 작은 실수 하나도 더 잘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껏 재미있게 하는 것이 성과가 나는 것을 가장 기쁘게 여긴 만큼, 여유를 가지고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대회를 치르겠습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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