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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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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910) 제16화 사랑이 흐르는 강 60

‘그래도 시골은 조용하구나’

  • 기사입력 : 2016-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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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숙은 계곡물에 천천히 발을 담갔다. 발을 간질이면서 흘러가는 계곡물이 차고 시원했다. 이미숙은 쉬지 않고 흘러가는 계곡물을 응시했다. 시골에 한적한 산이 있고, 깊은 골짜기가 있고, 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린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아무리 날씨가 더워도 금방 지나가겠지.’

    계절은 언제나 가고 다시 온다 여름이 무더웠으니 가을은 유난히 시원할 것이고 단풍이 아름다울 것이다. 이미숙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녹음이 우거진 숲을 하염없이 응시했다. 숲은 푸른빛이 가득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사람들의 애환이 있었다. 이상택이 빚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알자 이미숙은 도시 사람은 도시 사람대로, 시골 사람들은 시골 사람들대로 어려움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시골은 조용하구나.’

    이미숙은 계곡에서 나와 바위 위에서 낮잠을 잤다. 물소리도 정겹고 바람결도 시원했다.

    “푹 자는 것 같아 깨우지 않았다.”

    이미숙이 해질녘에 눈을 뜨자 이상택이 찾아와서 말했다. 아이들은 계곡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놀고 있었다.

    “계곡이 너무 좋아서 잠시 잤어.”

    이미숙은 일어나 앉았다. 이상택이 커피잔을 건네주었다. 이미숙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여기 빚이 얼마야?”

    “2억쯤 돼.”

    “그럼 팔 거야?”

    “가을까지 기다렸다가 여의치 않으면 팔아야지. 계속 놔두면 이자만 늘어나.”

    “몇 달 동안 기다릴 수 있어.”

    “몇 달은 괜찮아.”

    이상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 동창회가 내일로 연기되었어.”

    이미숙이 서울로 올라가야 하겠다고 생각하는데 인애가 전화를 걸어왔다. 서울로 올라가는 일이 아쉬웠는데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왜?”

    “연휴 끝이라 서울 올라오는 차들이 많이 밀린대. 그래서 애들이 내일 하자고 그래. 휴가도 갔다가 왔으니까 한잔하자는 거지.”

    “내일로 결정이 된 거야?”

    “그래.”

    “다행이다. 그럼 내일 만나자.”

    이미숙은 인애와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인애는 초등학교 때도 학급의 임원을 도맡아 했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동창회 총무를 하고 있었다.

    저녁은 마당에서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다. 어른들은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연예인 이야기를 했다.

    ‘시골이라 별이 유난히 밝구나.’

    밤이 깊자 이미숙은 평상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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