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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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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우리 말글살이는 이미 전시(戰時)상태- 류동수(한국전기연구원 홍보협력실장)

  • 기사입력 : 2016-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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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전기요금 폭탄(bomb, explosive)’ 걱정에 각 가정에서는 여름철 폭염에도 불구하고 에어컨도 마음대로 틀지 못한다.

    각 업체들은 여심 ‘취향 저격(snipe, shoot)’을 위한 신상품 출시에 분주하다.

    TV를 틀면 출연자들 간 ‘독설이 작렬(explode)’한다.

    뜨거운 청춘들은 ‘전쟁(war) 같은 사랑’을 하고, 아픈 실연에 ‘총(gun, firearm) 맞은 것처럼’ 아파한다.

    미국 전기차 업체는 ‘국내시장 공략(attack)’을 위해 한국 ‘상륙작전(landing operations)’을 시작해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49번째 을지연습이 한창이다. 우리 한국전기연구원도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비상소집 및 도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968년 무장공비들의 청와대 침투사건(일명 김신조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을지연습은 전시·사변 또는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해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통제 운영해 군사작전을 지원하는 훈련이다.

    북한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있고, 국내외적으로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중국과의 갈등과 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긴장상태가 자연스럽게 우리 말글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우리 말글은 이미 전시상태다.

    언젠가부터 우리 말글에 된소리 발음이 많아지고, 호전적인 용어가 보편화되고 있다.

    가끔 인터넷에 우리말의 ‘공략’, ‘작렬’, ‘저격’ 같은 낱말들이 글자 그대로 번역돼 있는 것을 보고 쓴웃음을 짓는다.

    우리의 특수한 말글살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보면 한국인은 평소에도 이렇게 호전적이고 전투적인 용어를 쓰나 하고 오해할지 모르겠다.

    안보의식은 철저히, 비상사태 대응은 평소 준비에 만전을 기하면 된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 말과 글에서만이라도 평안과 평화를 찾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류동수 (한국전기연구원 홍보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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