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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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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아프니까 청춘일까?- 김상군(변호사)

  • 기사입력 : 2016-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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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는 전부 미성년자 관람불가였고, 고등학생 때는 그 재미있는 당구장도 몰래 가야 했다. 대학만 가면 어른들에게만 허용된 모든 것을 다 해보리라 했다. 매미가 되기 위해 7년에서 10년쯤 땅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굼벵이처럼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대학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호프집을 가고, 야하다고 소문난 영화도 보러 갔다. 어른들의 놀이는 재미는 있었으되, 과연 아이들이 즐겨서는 안 될 이유가 있었다. 말초적인 재미가 상당하지만 빠져들 수 있고, 자칫하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것들이었다. 중독성과 해악의 함정!

    아이, 어른, 노인으로 나눠 이야기를 해보겠다. 아이 때에는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가 참 재미있었다. 어른들은 합리적이었고 자신만만해 보였다. 노인들이 다소 비합리적인 주장을 할 때, 어른들은 노인에게 ‘나이가 들어 쓸데없이 고집을 부린다’고 했다. 아마 요새말로 ‘꼰대’라는 비판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던 어른들도 내가 나이가 드는 만큼 세월에 따라 노인이 됐다. 예전에 내가 들어오던 비슷한 대화를 나도 다른 어른들과 나눈다. 필자의 아이들도 귀를 쫑긋하면서 아빠가 나누는 대화를 재미있게 듣는다. 아이들도 예전의 나처럼 자기 아빠가 합리적이라고 지금은 생각할 것이지만, 나이가 들면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 꼰대짓을 한다고 할지 모른다. 나도 노인이 될 것이고 시대에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듣게 될 것이다. 그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아이, 어른, 노인은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각자의 처지도 다르다. 20세기에 태어난 사람과 21세기에 태어난 사람이 서로를 깊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은 오히려 당연하지 싶다. 젊은이들이 살기 힘든 세상이다. 80년대에 대학생이었던 선배들은 공부에 몰두하지 않았더라도 졸업을 하면 좋은 직장에 어렵지 않게 취직을 했던 것 같다. 학생운동을 하다가도, 또는 그야말로 ‘먹고 대학생’ 시절을 보냈더라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 사회로 나갈 수 있었다. ‘살기 힘들다, 경기가 나쁘다’는 말은 항상 들어왔으나 지금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고, 정말로 살기가 빠듯하다는 것을 체감한다. 그만큼 요사이 젊은이들은 참으로 힘들게 산다. 전반적인 경제사정도 좋지 않지만 빈부격차도 몹시 심하다. 나이가 많은 쪽에서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편이기에, 빈부격차는 세대 간 갈등과 궤를 같이한다. ‘꼰대’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늙은이라는 뜻 정도의 속어(俗語)였으나, ‘고지식하고 고집이 세며 본인의 경험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면서 불편한 설교를 하는 사람’을 일컫는 부정적인 의미가 덧붙여진 것은 세대 간의 갈등 탓도 있는 것 같다.

    기성세대들이 젊은이였던 시절과 지금은 무척 다르기에 젊은이들을 함부로 다그쳐서는 안 된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류의 노력으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구호는 이제는 공허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가장 일찍 출근하는 사람이 가장 적은 돈을 버는 세상’이라 젊은이들에게 노력하라는 충고는 조롱이 될 수 있다. 그들의 좌절감과 꼰대들에 대한 반감도 일리가 있다. 평생을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칸 장만하기 난망(難望)한데, 자신의 수입 중 상당부분을 임대료로 매월 챙겨가는 노인에게 어찌 호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 될 것이나,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역시 인간의 역사 내내 반복된 일이 아닌가 한다. 다만, 지금이야말로 이제 갓 어른이 되는 사람들이 여태까지의 그 누구보다도 더 힘들다는 것만큼은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 섣불리 자기 잣대로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강요는 말자.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되, 청춘은 원래 아픈 것이라서 어쩔 수 없다고 기성세대의 책임을 얼버무리지도 말자.

    김상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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