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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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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2 우리 동네 청춘] 글쓰기 플랫폼, 옴니글로 편집장 이진희 씨

창원의 ‘일상문학중심 글쓰기 플랫폼’, 전국구 문예공간 됐다

  • 기사입력 : 2016-08-2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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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브런치’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런칭했다. ‘브런치’는 온라인에서 쓴 글을 간단한 설정만으로 잡지처럼 디자인해 발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글 자체에 집중해 이용자의 창작품을 한 편의 인쇄물로 완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수많은 ‘일반인’들이 글을 썼고 책을 냈다. 작가와 독자가 따로 존재하는 유형 무형의 카르텔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을 다음카카오라는 거대 매체만이 한 것은 아니었다. 꽤 오래전, 창원의 한 젊은이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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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딸이 꾸는 꿈

    아버지는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인이었지만 평생을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다. 그러나 한 번 시인은 영원한 시인.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시집도 냈다. 이진희 (37)씨는 그런 아버지를 동경하는 딸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의 창작활동을 ‘프로파일링’했다고 표현했다. “그 결과 두 가지 결론에 도달했어요. 앞으로 출판시장은 변화할 거라는 것, 지역작가들이 자유롭게 글을 발표할 장(場)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일반적인 출판시장은 출판사가 작가의 글을 평가해 독자에게 공급하는 구조죠. 하지만 저는 서서히 그 경계가 허물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작품에 대한 평가는 동시대 사람들 다수가 하게 되죠. 그 기반은 분명 IT일 것이고요.”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상당부분 현실로 나타났다. 아마존 도서 베스트 셀러의 80%는 독립출판물, 즉 작가가 웹을 기반으로 출판과 인쇄, 유통의 전 과정을 도맡아 한 도서들이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 “이제 그 모든 것이 가능한 때가 되었어요. 출판사, 독자, 저자 다자간 힘의 균형이 깨어지기 시작한 거죠.”



    31살에 감행한 새로운 도전

    진희씨는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해 20대 내내 기획회사에 다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컴퓨터 공학을 새롭게 전공했다. 그러다 31살 먹던 해 8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감행했다. 때마침 경남테크노파크에서 주관하는 청년창업아카데미가 처음 문을 연 시기였고, 1기 수강생으로 등록해 수업을 받으며 기반을 닦았다. “세무·회계 멘토링, 자금 지원 등을 받았어요. 스스로 용기를 낸 면도 있지만 사실 제도적 지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청년창업 대부분이 그렇듯, 1인 기업으로 시작했다. 회사 이름은 이노엡, 웹개발 대행이 주업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거리는 점점 늘었고, 지금은 창원 봉암동 ICT진흥센터에 사무실을 꾸려 6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건 따로 있었어요. 언젠가 IT를 기반으로 한 글쓰기 플랫폼을 구현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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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 플랫폼 ‘옴니글로’ 편집장 이진희씨가 옴니글로 웹 페이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씨는 “옴니글로가 숨어 있는 지역작가 발굴의 통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쓰기 플랫폼, 옴니글로

    ‘글쓰기 플랫폼’은 일반인과 기성작가들이 글을 발표할 수 있는 문예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웹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 본격문학보다는 일상을 담은 소소한 글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 전통적 계간지와 사뭇 성격이 다르다. “일상문학중심 글쓰기 플랫폼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합할 거 같네요. 타깃을 명확하게 설정했어요. 페이스북 같은 경우 정보적 기능이 두드러지고 즉흥적인 글쓰기가 주를 이뤄요. 때문에 조금 진중한 글, 감성적인 글을 써서 선보이고 싶어하는 수요층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든 것이 ‘옴니글로’입니다.” 진희씨는 직원들과 손발을 맞춰 지난 2월 ‘옴니글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무런 제약 없이 누구나 접속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세상의 모든 것(곳)’을 뜻하는 접두어 ‘omni’와 순 한글 ‘글로(glro)’의 합성어로, 세상 모든 것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뜻을 담았다. 8월 현재 600여명이 옴니글로에 자신이 창작한 글들을 공유하고 있다.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싶어하는 욕구가 분명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그리고 옴니글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는 그러한 수요층의 존재를 확신하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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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우리의 감성은 아날로그

    지난 6월, 진희씨는 ‘옴니글로’ 웹에 게재된 글 중 지속적으로 쓰고자 하는 사람들과 작품 호응도가 좋고 어느 정도 문학성을 갖춘 사람들 21명을 선정해 그들의 글을 엮어 매거진을 만들었다. 글쓰기 욕구를 가진 사람들은 자연히 책을 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점, 그렇지만 자신의 글로 책 한 권을 모두 채우기는 어렵다는 점, 이 두 가지 문제가 겹치는 접점에서 탄생한 매거진이었다. “출판은 분명 사양산업이죠. 그 때문에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IT사업을 하면서 갑자기 웬 뜬금없는 아날로그적 감성이냐고요. 하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물리적인 매체를 선호해요. PC나 모바일로 읽는 글과 인쇄물을 통해 읽는 글은 같은 글임에도 다른 감수성으로, 다른 층위의 글로 읽히거든요.” 지금까지 옴니글로 매거진 1호를 전국 25군데 독립출판물 서점에 입점시켰고, 창원 일대 카페에 비치해 지역민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있다. 독립출판물 서점과 옴니글로 홈페이지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여름호와 겨울호 2번 발간할 계획입니다. 창간호는 따로 주제가 없었지만 겨울호는 ‘마음’이라는 동일 주제를 정했어요.” 때문에 지금 옴니글로 웹에 접속해보면 ‘마음’을 글감으로 쓴 많은 ‘일반인 작가’의 글 수백 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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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에서 이런 거 해도 되겠니

    ‘옴니글로’를 기획할 때, ‘지역에서 이런 생소한 일 해도 되겠냐?’며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누가 알아주겠느냐?’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고, 진희씨는 오히려 지역에 기반을 잡은 것을 잘한 일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IT를 기반으로 하니 공간적 제약이 없어요. 사무실이 창원에 있다는 것뿐, 글을 쓰는 사람들은 전국구거든요. 시장의 파이는 작아요. 하지만 생소하기 때문에 독보적일 수 있는 거고, 지역에도 저 같은 일을 하는 사람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나 생각했어요. 우선은 이 지역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더불어 옴니글로를 통해 신진 지역작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싶은 꿈도 커요. 아버지처럼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는 좋은 작가들이 분명 지역 곳곳에 숨어 있거든요.” 진희씨는 ‘옴니글로’ 앱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무리 단계로, 하반기에서는 모바일 앱으로도 ‘옴니글로’를 만날 수 있다. “올해 안에 웹 개발 대행업보다 옴니글로를 통한 수익창출이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이런 거 해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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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부로 직장 때려치우지 말라

    청춘블루스의 대단원. 진희씨에게 마지막으로 20, 30대 청년들에게 해주고픈 한마디를 부탁했다. “직장 다니는 20, 30대 대부분은 회사 그만두고 싶다, 늦기 전에 하고픈 일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 많이 할 거예요. 저질러 보라는 응원을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저는 오히려 좀 더 이성적이기를 당부하고 싶네요. 사실은 직장 안에서 더 큰 걸 배우거든요. 재수없는 상사 피해서 바깥으로 나오면 더 무지막지한 상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회사는 버티면 월급은 나오지만 바깥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버틴다고 한 푼 주지 않죠. 저는 기획회사를 다니면서, 회사 매출은 오르는데 어째서 월급은 오르지 않는가, 그 문제를 구조적으로 파고들어 봤어요. 조직의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월급이 실질적으로 오를 것인지 분석했죠. 회사 생할에서 자주 걸려 넘어지는 그 문제가 바로 바깥으로 뛰쳐나가서 겪게 될 문제의 축소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걸 해결하고 나와야 해요. 그래야 하고 싶은 일에 더 빠르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어요.”

    글= 김유경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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