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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개편 필요한 전기료 누진제- 전강준(부국장대우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6-08-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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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의 화두는 전기료 누진제였다.

    약 40도까지 오르는 무더위 속에도 전기료 부담 탓에 가정에 있는 에어컨을 함부로 켤 수 없자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여름은 매년 지나갔지만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료 누진제가 이렇게 여름 내내 이슈가 되기는 기억상 처음이다. 사람들은 전기료 고지서가 가정에 전달되면 늘어난 요금에 한숨 짓고, 다음 번에 올 고지서에는 또 얼마가 찍혀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한다.

    전기료 누진제가 뭐기에 이렇게 민심을 들끓게 하나.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전기료 누진제는 가정용에만 한정된 데서 공방이 비롯됐다. 기업이 사용하는 산업 및 일반용(상업용) 전기요금제는 누진제가 없다. 그래서 언론에서도 자주 나왔지만 가정에서는 누진제로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마음놓고 켤 수 없는 처지가 된 반면, 상가나 기업 사무실 등에는 받을 손님과 공기순환을 위해 문을 연 채 냉방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가정에서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쓸 때 기존 사용량(319㎾h)에 에어컨(451㎾h)을 합해 한 달 사용량은 770㎾h 정도 된다. 이 경우 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돼 35만원 정도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각 가정마다 다르지만 무더위가 심하지 않았던 7월에 600여kWh 쓴 경우 요금은 무려 20여만원에 이른다. 이는 대개 7~8만원에 이르는 전달보다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가정에서 전기료가 30~40만원 선, 하루 8시간 용기 있게 쓸 가정이 드문 점을 감안한다면 적게 써도 20만원 선이 된다. 빚 이자 갚고, 자녀 키우고, 예전에 없던 통신비 지급하는 우리 주변의 보통 가정이라면 생활에 ‘답’이 없는 금액이다. 반면에 산업 및 일반용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아 대개 10만원 이내에 머문다.

    그래서 공장과 상가는 에어컨이 팡팡 돌고, 가정집은 요금폭탄에, 또 그 우려로 에어컨을 오래 켜지 못한 채 불볕더위를 견뎌야만 했다. 이것이 서민들의 화를 불렀다. 특히 누진제는 공장, 상가 등 전기비용을 오히려 가정에서 대신 내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마저 들게 했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석유 파동이 있던 1974년 처음 도입됐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과다사용에 대한 정전을 막고 전기를 절약한다는 명목에서다. 그 뒤로 세부 내용이 조금씩 변하다 현재의 ‘징벌형’이라 불리는 누진제는 2006년 마지막 조정 때 만들어져 현재까지 이른다.

    현재 가정용에 총 6단계의 누진세율을 적용, 금액이 6번이나 뛰는 꼴이고, 최저 구간과 최고 구간의 누진율도 11.7배나 차이난다. 좌우간 전기는 아껴 써야 하지만 에어컨 켜는 데도 머리를 써야 하니 답답할 뿐이다.

    여론이 심각해지자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정치권과 당정협의 등으로 이번 7~9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등을 논의한다고 한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있다. 꺾이는 더위처럼 슬며시 누진제를 넘기려면 안 된다. 소를 잃은 뒤에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듯, 다음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안을 만들었으면 한다. 집에서 에어컨 켜는 것을 ‘금수저’로 비아냥대는 일은 제발 없길 바란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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