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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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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칼럼] 한여름에 전하는 조그마한 교단 에세이

  • 기사입력 : 2016-08-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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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폭염으로 모든 사람이 지쳐가고 있지만, 조만간 일어날 계절의 변화를 우리는 눈앞에 두고 있다. 자연의 변화만큼 교단에도 많은 변화들이 있다. 나는 지금 아름다운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학기가 시작되는 개학 첫날, 반 학생들 앞에서 여느 때처럼 잔잔한 잔소리를 이어가며 힘주어 얘기한다.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을 똑같이 사랑한단다….’

    하지만 애초부터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맨 앞줄에서 자기 자리에 널브러져 있는 자그마한 Honey라는 학생 때문이다. Honey를 작년부터 주시하며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왠지 모를 우울함과 함께 그 학생은 항상 비뚤어져 있었고 반항적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대하며 일상적으로 그러하듯이 상담기록을 살펴보고, 신상을 파악해 학교생활을 지도하려고 그 학생의 생활기록들을 살펴보았을 때 나는 너무나 놀랄 수밖에 없었다.

    1학년 때 담임은 “(1학기) Honey는 밝고 늘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입니다. 주어진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태도가 바르며 주변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학생입니다. (2학기)Honey는 우수한 학생이지만,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학생의 어머니는 우울증으로 인해 방황하며 게임 등으로 가정을 보살피지 않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2학년 때 담임은 “(1학기) 사춘기를 겪으면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2학기)Honey는 학업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수업 중 엎드려있는 모습을 보임.” 이제야 나는 학생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어느 날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Honey학생이 후줄근한 포장지에 엉성하게 포장이 된 선물을 내밀었고 다른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선물을 열어보니 4분의 1 정도 차 있는 향수가 들어있었다. 나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그 향수를 손목에 뿌렸다. Honey는 그날 학교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한참이 지난 다음 꺼낸 말이 “선생님, 오늘 선생님에게서 부모님의 향기가 나네요.” 그 학생이 떠난 후 나도 모르게 반성의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바로 그날, Honey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학생이 됐다.

    나와 함께 활동을 하고 있을 때, 그 학생의 마음은 활기차 보였다. 내가 더 많이 격려해줄수록, 그 녀석의 반응은 점점 더 빨라졌다.

    학년말에 Honey는 반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 중 1명이 됐고, Honey에게 특별한 사랑을 주었던 나는 모든 학생들을 똑같이 사랑한다는 나의 거짓말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나는 내 책상 밑에서 노트 한 권을 발견했다. Honey가 두고 간 것이었다. 여전히 자신의 인생에서 내가 최고의 선생님이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뒤 나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참 고된 시기를 겪으며, 숨이 턱턱 막힐 때도 있었지만 곧 대학교에 입학하게 된다고…. 좋은 성적으로!

    얼마 후 그 학생은 대학 입학 후 나를 찾아왔다. 우리는 함께 부둥켜안았고, Honey가 내 귀에 속삭였다.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내가 중요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시고 제가 차이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임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속삭임으로 대답했다. “Honey야, 네가 잘못 알고 있구나. 내가 차이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유일한 사람이 너란다. 내가 너를 만나기 전에는 진정으로 가르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랐단다.” 이금주(창원남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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