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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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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올림피언을 꿈꾸는 경남선수들에게 박수를- 김진현(사회2부 본부장·이사대우)

  • 기사입력 : 2016-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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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이 많아졌다. 이달 초 며칠간 주책없게도 눈물을 많이 흘렸다. 기뻐서 울고 좋아서 울고. 남 일인데 내 의지와 상관없는 눈물이 차고 나왔다.

    스포츠. 살아 움직이는 그놈을 난 참 좋아한다. 얼마 되지 않은 인생이지만 대부분을 스포츠와 같이하며 수많은 대회를 취재해 봤기에 그놈에겐 정이 듬뿍이다. 그래서 그들의 고통 아픔 슬픔을 너무도 잘 안다. 환호 뒤의 쓸쓸함과 마약 같은 기쁨을 위해 버려야 하는 많은 것들을 안다. 뭘 버려야 할까. 먼저 즐거움이다.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은 물론 어떤 대회에서도 메달리스트라는 꿈은 꿀 수도 없다.

    한국 탁구는 누가 뭐래도 이에리사다. 근데 그녀도 한이 있다. 올림피언(Olympian)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에는 탁구가 올림픽 종목이 아니어서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태릉선수촌장을 하고 국회의원도 지낸 체육계 거목이지만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는 게 한이다. 올림피언 그건 체육인들의 꿈이고 희망인 것이다.

    그런 올림피언에게 우린 너무 인색하다. 리우에 간 한국올림피언은 24개 종목에 204명이다. 그중 우리는 얼마나 기억할까. 한국이 따낸 메달이 금 9 은 3 동 9개. 메달리스트들은 언론에 노출됐으니 알 터이고 메달은 못 땄지만 참으로도 열심히 한 손연재와 인기 종목인 축구, 이용대가 대표하는 배드민턴 선수들과 이번 올림픽서 혜성같이 등장한 서효원 정영식 등 얼짱선수를 앞세운 탁구 선수단, 그리고 여자배구 선수. 이들은 알 게다.

    올림픽 금메달. 좋다. 우린 거기에 흥분한다. 그러나 올림픽에 걸린 모든 은메달을 더해도 금메달 하나를 이기지 못하는 그런 순위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난 국가 등수에 관심 두지 않는다. 올림픽엔 국가 순위가 없다. 그래도 관심은 메달리스트에게 쏠린다. 육상이나 수영 등 8명이 치르는 파이널. 거기서 꼴찌를 해도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훌륭한 선수인데 우린 모른다. 메달 가능 종목 외에는 텔레비전 중계도 잘 안 잡히고, 국가대표지만 관심받지 못한 종목의 선수들의 올림픽은 그렇게 쓸쓸히 끝났다.

    이름도 알리지 못한 대한민국의 많은 올림피언들. 그들은 가슴과 소매에 태극마크 하나 달려고 십수 년을 고통 속에 살았다. 어떤 고통일까. 미녀선수 손연재의 뭉그러진 발가락, 여자 유도 은메달리스트 정보경의 틀어진 손가락, 펜싱복 속에 숨겨진 멍투성이의 허벅지, 그리고 레슬링 선수의 뭉개진 귀. 지문도 없어질 만큼 굳은살이 박힌 역도 선수의 손바닥과 바지로 가려지지 않는 사이클 선수의 엄청난 굵기의 허벅지. 비록 메달을 따지 못하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속으로 울며 4년 후를 기약하는 그들의 눈물을 알기에 내가 줄 수 있는 힘을 다해 박수를 쳐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올림픽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 중인 선수들이 많다. 고성군에는 전국 유일의 역도전용경기장이 있다.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훈련하는 고성 대표들과 경남대표들. 중·고교 선수와 경남도청 선수 등 40여명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지문이 없어질 만큼 매일 쇳덩이와 씨름을 한다. 우리 주위엔 그런 훈련장이 많다. 올림픽의 승패에 환호와 한탄만 하지 말고 한 번쯤 그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자. 지나가는 길에 연습장에 들러 그들이 용기낼 수 있도록 박수 한번 쳐주자. 그들은 고성을 비롯한 우리지역의 대표이며 경남의 대표이고 한국의 대표인 올림피언이 되고 싶어 하는 훌륭한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다.

    김진현 (사회2부 본부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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