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3일 (화)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주먹인사 나누는 오바마 대통령- 서영훈(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6-09-01 07:00:00
  •   
  • 메인이미지

    미국 뉴욕의 할렘 뒷골목, 후드 달린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건장한 체격의 흑인 2명이 서로 건들거리며 접근하더니 주먹을 뻗어 인사를 나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꽤 자주 보는 장면이다.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하는 것이 할렘과 같은 흑인 거주지역의 고유문화는 아니다.

    이런 인사법은 미국 프로야구나 프로농구 등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료선수는 물론이고 상대팀 선수와도 주먹을 살짝 부딪치며 인사를 나눈다.

    복싱 선수들은 경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링 한가운데로 나가 두 팔을 뻗어 맞댄 후 공격에 나선다. 이를 두고 주먹인사가 복싱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주먹인사 하면 떠오르는 유명 인사가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그가 백악관 집무실 복도를 걸어가던 중 옆으로 비켜선 청소원과 주먹인사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었다. 벌써 몇 년 전의 일이지만, 많은 이들이 이 한 장의 사진을 기억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비단 백악관 직원들과 주먹인사를 나누는 것은 아니다. 백악관을 방문한 상원의원과도, 길거리에서 만난 어린이와도, 때로는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부인 미셸 여사와도 그렇게 한다.

    주먹인사를 미국 사람들은 fist bump나 knuckle blaster라 말한다. 글자 그대로 주먹을 부딪친다는 뜻이다. 손으로 하는 다른 인사법인 악수나 하이파이브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주먹인사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너와 나는 동료’라는 메시지다. 얼핏 불량기가 보이는 제스처지만, 너와 나 모두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라는 민주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과 상원의원, 대통령과 군인, 대통령과 시민, 그리고 대통령과 아내가 동료라는 것을 오바마는 몸짓으로 말하고 있는 셈이다.

    하긴 그가 주먹인사를 하는 상대는 대통령인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상원의원과 군인, 시민, 그리고 아내 모두가 그의 정책에 대한 지지자이거나 후원자이기에 그러하다.

    백악관 청소원은 어떤가. 대통령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집무실 주위를 늘 청결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런 청소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 어색한 일일 수 없다.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 주변에도 백악관의 청소원과 같은 소중한 분들이 많다. 공간을 아파트에 한정하면, 경비원과 청소원이 그런 존재다.

    단 하루라도 경비원이나 청소원이 없는 날을 상상해 보자. 입주자가 급히 도움을 요청할 대상이 사라지면서 불안과 불편이 커지고, 이리저리 쓰레기가 날리는가 하면 음식물쓰레기통이 넘쳐나면서 악취가 진동할 것이다.

    입주민이 내는 돈으로 임금을 받기는 하지만, 입주민을 대신해 궂은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다. 이들이 없는 아파트라면, 살고 싶은 생각이 도무지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 고맙고도 소중한 존재에게, 존중의 의미를 담은 주먹인사를 나누지는 못할망정 욕설을 하고 발길질을 하고 음식을 던져 줬다는 뉴스가 꼬리를 물고 있으니 참으로 민망한 일이다.

    서영훈 (문화체육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서영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