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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망향의 노래 부르는 탈북민- 정기홍(거제본부장)

  • 기사입력 : 2016-09-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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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이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김용진 내각부총리를 처형했다. 김정은의 첫 표적은 김정일 사망 때(2011년 12월) 영구차를 호위했던 리영철, 김정각, 김영춘, 우동측 등 ‘군부실세 4인방’으로, 이들은 2012년 모두 숙청되거나 물러났다.

    특히 이듬해에는 고모부이자 2인자인 장성택을 처형해버렸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에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고사총으로 공개 처형하면서 잔혹성을 또다시 드러냈고, 5월에는 최영건 내각부총리도 처형하는 등 권력층의 처형, 숙청 등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러니 최근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처럼 엘리트 계층의 이탈은 더욱 늘어날 것이 뻔하다. 아무런 법 절차도 없이 가차없이 처형하는 북한. 한반도에서 같이 살면서, 같은 말과 같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엘리트 계층뿐만 아니다. 노동자·농민 계급, 그 이하 계급의 북한주민들의 탈북은 90년대부터 시작돼 지금은 3만명가량이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다. 탈북에 실패했거나, 탈북에는 성공했지만 한국에 오지 못하고 중국, 동남아 등지를 떠돌며 붙잡히지 않으려고 매일 불안에 떨면서 살아가는 북한주민은 얼마나 많을까.

    탈북과 탈북민의 공통점이 있다. 먼저 목숨을 걸어야 한다. 탈북하다 잡히는 순간 죽음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아니면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언제 잡혀갈지 모르니까.

    민주주의 3대 이념은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이다.

    배고파 탈북한 새터민들은 한국 땅에서 이 소중한 세 가지를 모두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특권층이어서 자신도 북에서 특권층으로 살았던 자녀들도 많다. 아버지가 중앙당 간부 등을 지내는 덕분에 명문인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대학, 평양의과대학, 평양음악무용대학 등을 나와 출세가 보장된 이들도 북에서 평등 위의 생활을 누렸을지라도 한국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라는 소중한 가치를 찾으며 비로소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고 한다.

    ‘김일성의 아들’로 불리는 만경대혁명학원 출신들은 ‘빨갱이 중의 빨갱이’인 핵심계층. 전교생이 400여명에 불과한 이들은 졸업 후 가고 싶은 대학 아무 곳이나 갈 수 있다. 두 달 전 한국에 정착한 이 학교 출신은 영문도 모른 채 탄광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이게 북한이다.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건만 적응하고 살아가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이 다르니까.

    이들이 더 힘들어하는 것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이다. 심지어 한 탈북 대학생은 강의시간에 “하튼 북한 출신들이란….” 말을 교수로부터 듣고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래도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것은 ‘고향이 보고 싶고’, ‘고향에 가고 싶은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열 살 된 어린 딸을 북에 두고온 한 탈북민은 “내 딸이 미치도록 보고 싶고, 오늘도 굶지는 않는지, 떨지는 않는지, 살아있는지…” 그 심정 오죽할까. 딸한테 죄를 지을까 봐 맛있게 먹지도,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명절이 다가오면 딸 나이에 맞는 옷을 사둔다고 한다.

    탈북민들, 우리 이웃이다. 또 추석이 다가오니 고향 생각 얼마나 많이 날까.

    정기홍 (거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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