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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수능생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박승규(부산예술대 연극과 겸임교수)

  • 기사입력 : 2016-09-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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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72일 앞으로 다가왔다. 푹푹 찌는 한여름의 폭염이 유난히 길었던 방학을 지나 D데이를 향하고 있는 고3 아이들은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하며 하루하루를 힘들어 하지나 않는지. 해마다 ‘D-100일’쯤 되면 안타깝게도 수능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는 평소에 없던 고민도 더 생겨나고 괜히 조그마한 일에도 신경이 예민해지는 그런 시기를 겪는다.

    올해는 11월 셋째 주 목요일인 17일이 ‘D-day’다. 이미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9일까지 전국 85개 시험지구 교육청 및 일선 고등학교에서 수능 응시원서 접수를 하고 있다. 그리고 11월 17일 수능시험이 끝나고 12월 7일이면 점수를 통보받아 학교와 학과를 선택할 것이고, 2017년 2월 2일 이전까지 완료되는 합격자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 올 것이다.

    물론 이번 달 12일부터 21일까지 대학별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하고 12월 14일까지는 전형을 완료해야 한다. 그리고 12월 16일 이전이면 수시 합격에 대한 소식도 전해질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초·중·고 12년의 시간을 수능으로 평가받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대학을 선택하는 입시라는 연례행사에 우리 사회는 긴장과 염원의 시기를 겪는다. 손에 땀을 쥐고 승리의 순간을 향해 달리는 스포츠도 아닌데 수험생들이 꼭 선수로 내세워진 것 같은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해마다 수능 결과 이후 고교 정문 앞에 동문회 등의 이름으로 소위 명문이라는 ‘00대학 00과 합격, 누구누구’라는 현수막이 붙는다. 아이들의 동문들, 아이들의 이웃들도 아주 익숙해진 일인 양.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시기에 자신의 성공을 일류대학에 두고 그 목표를 채우지 못했을 때 오는 좌절감과 죄책감까지 갖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바른 사회가 아니다. 학교, 동문, 학부모, 우리 사회 모두가 경쟁을 부추기고 서열로 줄 세우는 시대에 뒤떨어진 문화를 걷어내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 졸업을 하면 곧바로 나은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줄 수 있는가? 그렇게 교육과 정책은 제대로 펼쳐지고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길을 열어 두고 있는가? 오히려 사회가 나서 서열문화를 조장하고 있음을 반성할 일이다. 매년 시험성적 비관으로 일어나는 불미스런 일들은 또 어떤가? 청소년 자살률은 줄고 있으나 그중 성적비관 자살률은 예년에 비해 높아졌다고 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나온 지 30년이 다 되어 간다. 매년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다시피 하는 이 현실은 우리 사회 전체가 져야 할 책임 아닌가. 개인의 심약함을 탓하고 말아야 할까?

    수능을 향해 달리는 교육, 일제고사로 통칭되는 서열에 길들여지고 점수의 향방에 따라 고락이 갈리는 비교육적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세상은 변화되고 있는데 항상 정책은 뒤쫓아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해야 하는 공부가 도리어 비교육적이고 원하지 않는 고통이 되지 않아야 한다. 자아실현과 창의적 가치를 체득해야 할 아이들이 서열문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쟁터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아닌지. ‘함께 살기 위한’ 공부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세심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지만 입시생들 모두 원하는 대학으로 가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박승규 (부산예술대 연극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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