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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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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2 우리 동네 청춘] 페이스북 ‘창원먹북’ 먹북지기 박성지, 김민경

‘창원부심’ 있는 청춘들의 ‘먹부림’ 한번 보실래요?

  • 기사입력 : 2016-09-0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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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전 11시, 점심 메뉴 고민이 시작된다. 포털사이트에 ‘창원 맛집’을 검색한다. 정보가 중구난방이다. 페이스북에서 ‘창원먹북’ 페이지를 열어본다. 매콤한 무언가가 먹고 싶었는데, 최근 생긴 떡볶이 전문식당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100여 개 댓글들을 살펴보니 평이 나쁘지 않다. 오늘 점심은 이걸로 하자. 식당으로 향하는 길, 문득 궁금했다. 매번 숙제 같은 점심메뉴 정하기에 도움을 준, 이 페이지를 운영하는 ‘고마운 님’은 대체 누굴까.

    페이스북 ‘창원먹북’ 페이지는 ‘좋아요’가 5만9000명, 게시글 도달률이 11만명에 이르는 인기 SNS 페이지다. 창원의 먹거리 정보를 전하는 수많은 SNS채널 중 팬 수나 게시글 수에서 독보적이다. 페이지에는 일주일 평균 3~4개의 창원의 음식점(식당/카페)이 소개되는데, 식당 소개와 메뉴, 가격, 위치까지 깔끔하고 감각 있게 정리돼 있다. 게시글에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린다. 페이지 정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창원인과 창원 내 타 지역인들을 위한 먹을거리 공유 페이지. 꼭 맛집이어서가 아닌,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올리는 것이니 오해 말아 주세요~ 그냥 창원에도 이런 게 있구나 가볍게 훑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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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지(왼쪽)씨와 김민경씨가 자신들이 운영 중인 페이스북 내 ‘창원먹북’ 페이지를 보여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먹북지기는 두 명의 젊은 여성이었다. 스물다섯 동갑내기 친구인 박성지(피아노 학원 강사), 김민경(사회복지사)씨. 고교동창 사이인 이들은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3년 넘게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2013년 7월 9일, 맛집 탐방이 취미인 여대생 둘이 순수하게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다. 페이스북과 먹는 것을 합쳐 이름은 ‘창원먹북’이라 정하고, 평소 가던 식당을 소개하기로 했다. 개설 이틀째, 창원대 교내 A식당 소개글이 소위 ‘대박’이 났다. 순식간에 만 명이 넘는 팬이 생겼다.

    “당시 창원 정보를 담은 이런 채널이 많이 없었어요. 처음엔 가볍게 저희가 좋아하는 맛집을 소개하고 싶어서 만들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고 제보도 많이 들어왔어요. 반응에 신도 나고 우리도 새로운 맛집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페이지를 3년간 운영하면서 창원시의 수천 개의 음식점이 소개됐다. 널리 알려진 노포부터 갓 개업한 신상 음식점 그리고 소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폐점한 곳까지 그 수만큼 종류도 다양하다.

    그렇다면 페이지에 소개되는 식당은 어떻게 선정되는 걸까. 이들은 대학생 시절인 2년간 직접 찾아간 음식점 후기를 많이 올렸지만 취직하면서 제보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페이지 소개에도 밝히고 있듯이 ‘창원 맛집’이 아닌 ‘창원 먹거리’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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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집이란 게 지극히 주관적이라 나한테 맛집이라도 타인에겐 아닐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정보만 소개하고 판단은 개인에게 맡긴다는 철칙으로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어요. 맛집이 아니라고 질타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이제 대부분 이용자들이 알고 계세요.”

    이러한 이유로 음식점 소개에 돈을 받는 등 페이지를 상업화하지 않는다. 음식점에서 포토샵 등 작업을 의뢰하거나 음식점 이벤트를 진행할 때는 소액의 수고료를 받지만 게시글 80~90%가 대가성 없이 소개된다.

    “유명한 페이지를 보면 스팸성 광고나 게시글 사진, 마지막에 광고 사진을 넣는데 저희 페이지는 시민 제보로 거의 만들어져서 깨끗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더 좋아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저희도 페이지로 돈을 벌고 싶진 않아요.”

    페이지에 게시글 하나를 올리려면 품이 꽤 많이 든다. 이미지 선정부터 포토샵 작업, 센스 있는 문구까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니다. ‘취미다’, ‘재미다’라는 설명으론 뭔가 부족하다. 이들은 그 에너지의 원동력을 ‘창원부심’과 ‘반응’으로 설명했다.

    “게시글을 올리면 창원에도 이런 곳이 있느냐는 반응들이 있는데 그때 뿌듯하고 재미있어요. 흔히 창원부심(창원 자부심)이라고 하잖아요, 창원에 이렇게 괜찮은 곳이 있다는 정보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전할 때 희열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창원먹북 페이지에 소개된 창원지역 음식점 사장님들의 반응도 이들에게 힘이 된다.

    “동네 작은 상권들이 소개되고 반응이 좋아서 장사가 잘 됐다며 고맙다는 연락을 받을 때 보람을 느껴요. 악플이 많이 달린다며 글을 내려달라는 사장님도 계셨지만요.(웃음) 사실 음식점이 너무 많으니까 한 번도 이름을 알리지 못하고 없어지는 곳도 많잖아요. 페이지에 한 번 올라가서 반응이 좋고 그분들에게 작은 보탬이 된다면 저희도 고마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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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간 맛집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이들이 얻은 것은 뭘까. 맛집박사? 아니다. 물론 맛집을 물어보는 이들이 너무도 많지만 맛이란 지극히 주관적이라 답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이구동성 ‘맛집’이 아닌 ‘사람’을 얻었다고 말했다.

    “페이지를 운영하는 이유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창원먹북을 계기로 인터뷰나 라디오 출연, 지역의 모임까지 참여하면서 생활의 활력소를 찾게 됐어요. 저희가 창원 먹북지기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삶이 풍족해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3년간의 페이지 운영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했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페이지를 내려놓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페이지를 구매하겠다는 요청도 많았어요. 힘에 부칠 때는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그동안 쏟아부은 정성과 우리의 시간이 담긴 곳이라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우선 그 목표가 창원시민 10%가 페이지를 ‘좋아요’ 할 때까지예요.(웃음)”

    이는 두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힘들 때면 한 사람이 묵묵히 힘이 돼준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을 서로 의지하면서 보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동네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성지씨가 먼저 답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봤을 때 창원먹북 운영자라고 하면 거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보면 우리가 평범한 청년이잖아요. 저희도 창원먹북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지 모르고 재미로 시작했어요. 무슨 일이 재미있고 하고 싶으면 너무 고민 말고 일단 시작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민경씨가 덧붙였다. “아, 그리고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아요. 창원먹북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건 꾸준하게 해서인 것 같아요. 저는 하고잡이라 도전을 많이 하고 실패도 많이 하는데, 꾸준히 하니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아요. 뭐든 꾸준히 하는 힘을 키우면 좋을 것 같아요.”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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