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초승달 - 정연홍
- 기사입력 : 2016-09-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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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가죽처럼 홀쭉하다
낫을 품고 있구나
만월이 되어 웃을 때까지
얼마나 오래
외로운 저 철탑에 걸려 있어야 하나
☞ 조선업 경기가 엉망이다. 연일 구조조정 타령에 마음이 무거운데, 수백억원대 횡령 비리가 터져 나오니 화병이 날 지경이다.
퇴근길, 회사버스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작업복들. 내리자마자 담뱃불부터 찾는 작업복들. 과연 ‘낫’을 품고 있을까? 소수 자본과 다수 노동의 대결이라는 구도가 잦아들어 버리고, “Winner takes all”이 상식이 되어버린 작금. 담배 물고 각자의 동굴 속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저 뒷모습 속에 과연 조선낫이 들어 있기는 할까? 하물며, 배부른 둥근 달이 되어 웃는 ‘꿈’이라니!
초승달 하나 걸려 있다, 가파른 철탑 위에. 시퍼런 낫도 만삭의 꿈도 없이, 그냥 외롭게 외롭게 걸려 있다. 이중도 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