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가명·12)이는 갑자기 찾아든 불행 앞에 마른 울음을 삼키고 있다. 엄마, 아빠가 중병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아빠, 항상 웃음 가득한 엄마, 여동생 민주, 행복했던 가정이 하루아침에 꿈처럼 사라져 버렸다.
정현이 가족이 통합사례관리사와 상담을 하고 있다.
경호원 출신으로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건강하던 아빠는 신장이 나빠져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고, 일주일에 혈액투석을 세 차례나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 주에 들어가는 의료비만 30~40만원이라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마트에서 일을 하며 아빠 병간호를 하던 엄마마저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게 돼 어린 정현이로서는 막막할 뿐이다. 엄마는 지난해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했지만, 지속적으로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정현이 밑으로 초등학교 3학년인 여동생밖에 없어 부모님의 병간호를 도와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정현이를 더욱 힘들게 한 건 주위의 시선이다. 장애인 차를 이용해 병원을 오가는 아빠와 질병으로 탈모가 된 엄마를 본 친구들이 장애인과 암 환자라고 놀린 것이다. 철없이 뱉은 말들은 정현이뿐 아니라 부모의 가슴까지 상처로 남아 있다. 식단 조절을 하고 돌봄을 받아야 할 부모와 한창 성장기에 있는 두 자녀가 생활비가 없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현실은 너무나 냉혹하다.
여동생 민주가 지금 제일 갖고 싶은 것은 저금통이다. 돈을 쓰지 않고 모아 결혼해서 생활비로 사용할 것이란 게 이유다.
휴대폰을 사거나 갖고 싶은 물건일 것이란 일반적인 생각을 뒤엎은 답이다. 국민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월세 17만원과 공과금, 병원비도 지불 못하는 형편이라 부모가 생활비 때문에 걱정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던 모양이다. 생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건 정현이도 마찬가지다. 돌발성 난청과 초고도 난시가 있는 정현이는 병원치료를 받고 안경을 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생활비가 없어서 더 힘들 거라 안 된다”고. 기초생활수급자로 공적보호를 받고 있으나 수급비 전액으로도 부모의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라 조그만 어깨에도 느껴지는 삶의 무게가 갑갑하다.
정현이의 아빠는 소변 배출이 안 돼 물을 먹고 싶어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고혈압 등 자꾸 늘어나는 병에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정현이의 아빠는 합병증의 아픔보다 어린 자녀들을 뒷바라지 못하는 마음이 더 아프다고 한다. 음악적 재능이 있는 정현이를 피아노학원에라도 보내 주고, 보습학원도 다니게 하고, 맛난 것도 먹이고 싶지만 답이 없어 안타깝고 막막한 심정이다. 무엇보다 정현이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데다 어린 나이에 보호자 역할을 하다 보니 공부가 뒤처져 내년 중학교 진학도 벌써 걱정이다.
여수연 통합사례관리사는 “혈액투석으로 삶의 끈을 이어가는 아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엄마, 돌발성 난청과 초고도 난시가 있는 정현이, 그리고 여동생 등 네 가족은 비록 건강하지 못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힘이 돼 주는 가족애는 여느 집 못지않게 두텁다”며 “돈 없는 티가 나는 게 싫고, 가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이는 정현이가 부모님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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