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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서독의 대화·교류·지원·인권 병행정책-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6-09-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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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북한인권법이 시행됐다. 북한은 대외선전매체를 총동원해 북한인권법을 비난했다. 향후 남북관계의 고난을 예고한다. 통일 전 동독정권에 의해 가해진 인권침해는 주로 동독의 체제유지와 관련됐다. 생명권·재산권·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했다. 형사법은 체제에 반하는 세력을 탄압하고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 생명침해 범죄의 대표적인 사례는 국경 탈출자에 대한 총기 사용이었다. 1949~1989년 국경수비대의 총격에 의한 사망자 숫자는 200여명에 달한다. 지뢰와 자동발사장치에 의한 사망자도 300여명에 이른다. 일방적 사법절차에 의한 사형수도 4500여명으로 추정된다. 동독정권은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간섭이라고국제사회의 비난에 반발했다. 북한의 대응·반발과 큰 차이가 없다. 동독은 1973년 국제인권협약에 가입했다. 1975년에는 유럽안보협력회의 창설을 위한 헬싱키 최종의정서에 서명했다. 헬싱키 최종의정서는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해 주는 대신 가족상봉 및 재결합, 여행 및 자유 왕래, 인권존중, 언론 및 집회의 자유,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 증대를 명시했다. 동독의 체제변화를 이끌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 서독은 초기에 국제기구나 국제법의 원칙, 합의 등을 통해 동독에 대한 인권문제를 제기했다.

    서독은 차츰 양독간의 합의에 의한 동독의 인권개선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인권문제의 직접 제기보다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을 통한 점진적인 인권개선 정책으로 전환했다. 동방정책 비판론자들은 동방정책이 동독정권 유지에 기여했으나 동독 주민들의 인권향상에는 기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동방정책이 양독간 교류의 다리를 놓고, 동독인들이 서독을 동경하고, 동독 내에서 체제에 대한 저항의식이 싹트게 된 것을 간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독의 대동독 인권정책 사례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네 가지의 시사점을 던져 준다.

    첫째, 당국간의 대화와 민간급의 교류가 선결조건이다. 대화 없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교류없이 인권 개선을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찾기가 어렵다. 우리 정부의 일방적 대북인권 접근은 북한의 반발과 거부감만 쌓일 뿐이다. 둘째,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이 적이면서 함께해야 할 민족이다. 미국은 세계 강대국으로서 인권의 보편성만 강조한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압박도구로서 활용한다. 미국은 북한이 적이지만 함께해야 할 민족은 아니다. 대북인권법을 미국의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 일본의 대북인권법은 납치자 문제에 대한 압박의 도구로 탄생했다.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면 효용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북인권법에 대한 우리의 잣대는 불분명하다. 셋째, 정치문제와 인도적 문제의 분리이다. 인권은 자유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존권도 있다. 탄압과 공포로부터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치료받으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병들어 가는 노약자에게 시급한 인권은 의약품과 식량이다. 인도적 지원이 없는 한국·미국·일본의 대북인권문제 제기는 스스로의 모순에 빠져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일부 보수론자들의 북한 주민들이 더 아프고 더 배가 고파야 김정은 정권에게 저항한다는 주장은 논리가 아니라 궤변이다. 넷째, 한반도 문제에 대한 주도권 확보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북한이고 미국과 중국은 주변국이다. 역사적 경험은 남북한이 대결하면 주변국인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가 됐다. 역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미국과 중국을 협력자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기본적인 출발점은 남북관계이다.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면 우리가 북미·북일간 인권대화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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