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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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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거제자연예술랜드 대표 능곡 이성보 선생

“돌과 나무에 정성 가득 손길 더하면 작품이 됩니다”

  • 기사입력 : 2016-09-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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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인생부도장가계 백세개능친노옹 :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세상의 무릉도원’이자 ‘대자연의 미궁’인 중국의 장가계를 표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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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곡 이성보 선생이 거제자연예술랜드 입구의 인상석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국 호남성(湖南省) 서북부에 위치한 장가계의 험준한 봉우리들이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드러내는 풍경을 과연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자연예술에 대한 열정과 혼으로 이를 표현해낸 작품들이 한국에 있다. 규모는 다르지만 한국에서 그 봉우리들과 유사한 미니 장가계의 봉우리들을 만날 수 있다.

    거제시 동부면 구천리에 자리 잡은 거제자연예술랜드.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4만㎡ 규모의 부지에서 다채롭게 뽐내고 있는 인상석, 풍란 석부석, 풍란 목부석, 수석, 정원석, 동·서양란, 야생화, 거제자생식물 등 전시돼 있는 1만여 점의 작품 하나하나가 예술로 다가와 발길을 멈추게 하고, 눈길을 고정시킨다. 가슴에서 비롯돼 입으로 나오는 ‘아’ 신음 소리로 심장이 멎을 것 같다. 한 사람의 집요한 관심으로 탄생한 거제자연예술랜드는 자연을 넘어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열정의 공간이다.

    특히 입구의 1000여 점에 이르는 인상석(돌 인물상)은 거제의 역사와 관련 있는 서복(서불) 전설 등이 담겨 있는 등 모든 작품에 스토리텔링이 있다.

    이 자연예술랜드 내 1만여 점을 혼자서 수집해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평생을 투자해 이를 만든, 아니 창조해낸 사람은 1947년 거제시 능곡동에서 태어난 능곡(菱谷) 이성보(69) 선생. 현재 자연예술랜드 대표를 맡고 있다. 시조시인이자 수필가로 문단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능곡은 ‘돌·난’ 계의 거목이며, 그리고 이를 조화시킨 석부작과 목부작은 그가 시도하고 만든 예술작품의 한 장르다.

    그는 20대 중반 부산서 체신공무원을 하던 중 광복동을 지나다 우연하게 수석과 미술 전시장에 들어가 수석에 빠진 것이 숙명적 운명이 돼버렸다. 우연이 숙명을 만드는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1967~1980년 체신공무원, 이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전국의 산야를 찾아다니며 수석을 수집하고, 이를 자연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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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예술랜드 입구에 줄지어 전시돼있는 인상석

    “주탄(酒呑)이라는 말이 있지요.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다, 술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는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것처럼 제가 돌과 난을 좋아하고, 그것의 조화를 통해 자연예술품으로 작업화하는 것도 같습니다”라며 수줍은 미소를 보인다.

    그는 그렇게 해서 30년 동안 미친 듯이 모으고 만든 수천 점의 자연예술품을 고향으로 가지고 가고 싶어 했다. 그는 마침내 5t 트럭 200대에 모든 작품을 실어 거제로 가져왔고, 지난 1995년 7월 자연예술랜드를 개장하게 된 것이다. 개장 후 그의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자연예술랜드는 12개의 전시실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한 곳에 300점에 이르는 미니 장가계 봉우리들이 있다. 봉우리 입석의 높이는 3~6m, 무게는 500㎏에서 2t에 달한다.

    작업장이 좁아 인근 유천리 마을에 비닐하우스를 임대해 그곳서 만든 700점을 보관하고 있다. 부착된 식물 관찰, 물 주기 등 관리가 여간 쉽지가 않다. 만들면서 많은 위험도 따랐다는 것은 작업장을 방문하면 충분히 짐작이 간다.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장가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그는 “장가계 봉우리가 전봇대라면 내가 만든 것은 이쑤시개에 불과하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장가계는 자연이 빚은 산물이고, 여기에 있는 봉우리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은 작품들이어서 경외심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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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 장가계 봉우리.

    돌을 캐고, 운반하고, 이를 작품화하는 과정을 듣고 있으니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케 한다.

    요즘 그에게는 고민이 있다.

    거제시는 사업비 26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8년 준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거제면 서정리 국내 최대 돔형 온실이 있는 ‘자연생태테마공원’에 이성보의 미니 장가계 봉우리 작품 653점을 설치했다.

    “제가 만든 작품이 자연생태테마공원에 전시된다고 해서 기쁜 것만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작품을 어느 곳에 전시하고, 어떻게 부착하며,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이게 시공 단계부터 면밀하게 이뤄져야 한국 아닌 세계 최고의 생태공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관공서의 입찰로 결정된 시공사가 자연생태테마공원을 조성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연예술은 단순 전시가 아닌 예술가의 혼을 담은 ‘연출’로 표현돼야 비로소 전시 작품들은 살아숨쉰다”며 “제 나름 조예가 있어 시와 시공사가 협의해 저를 이 공사의 기술자문역을 맡게 했지만 공사는 한창 진행 중이고 저는 할 일이 없다”며 내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내 남은 생의 바람이 있다면 거액이 투자되는 자연생태테마공원의 안팎이 제대로 만들어져 난을 비롯, 석부작 등을 테마로 하는 ‘세계엑스포’가 고향 거제에서 열리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 정기홍 기자 jkh106@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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