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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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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모병제 공론화- 양영석(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6-09-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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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세계대전의 특징은 참호전이다. 참호를 파고 참호 앞은 철조망을 두세 겹 쳐 놓는다. 적군이 공격해오면 기관총으로 막으면 돼 방어하는 편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따라서 전세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교착상태가 오랜동안 유지됐다. 전진과 퇴각을 반복하며 참호는 점점 더 길어져 수십~수백㎞에 달했다. 긴 참호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병사가 필요했음은 물론이다.

    당시 참호전 양상은 수십만명의 남북한 병사들이 250㎞에 달하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참호(소초)에서 총구를 겨루고 있는 현재 한반도 대치상황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분단상황이다 보니 남북한 모두 많은 병사가 필요해 국민에게 강제로 병역의무를 부과하며 일정기간 군대에 복무하도록 하는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병역제도는 모병제로 전환하는 추세다. 병력의 양보다는 질, 즉 현대화된 무기체계와 기술전문요원이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으면서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강군을 보유한 모든 나라가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실제 다연장 로켓, 미사일 등 전술무기들이 불을 뿜고 폭격기에서 메가톤급 폭탄이 투하되며 최첨단 탱크가 진격하는 현대전에서 소총 한 자루를 들고 싸우는 병사들의 역할은 극히 미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2003년 3월 20일 미군의 이라크 침공으로 시작된 이라크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징병제로 110만명을 보유한 이라크군은 수적 우세임에도 불구하고 18만명의 미군에게 일방적으로 패배했다.

    최근 원하는 사람들만 군대를 가게 하는 모병제 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공론화됐다. 여태까지 모병제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 안보의 특수성 때문에 공론화 자체가 쉽지 않았다. ‘군 전력을 약화하려는 좌파의 음모’라는 반대 논리가 부상하면 아예 논의가 차단되곤 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 국방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부 거론되기 시작했고, 병역문화와 군인권 개선 필요성, 저출산 심화에 따른 병력 자원의 급격한 감소 등과 맞물리면서 공론의 장이 열리고 있다.

    주창자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남 지사는 모병제가 3가지 시대정신인 ‘안보, 공정함, 일자리’를 모두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2025년이면 연 38만명 정도의 아이만 태어나는데 그들로 63만 군대를 이끌 수 없으므로 작지만 강한 군대, 30만명 정도를 유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사병들에게 9급 공무원 초봉 수준인 월 200만원의 초임을 지급한다면 고교 졸업 후 입대해 3년 복무로 7000만~8000만원을 모으면 대학에 가거나 취업 준비를 하는 등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도 모병제가 병영 내 가혹행위 등으로 군복무 중 연간 100여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자살하고 4000여명이 의가사제대하고 500여명의 전과자가 양산되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투력 저하, 위화감 조성 등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모병제만으로는 군의 필요인력을 충당하기에 무리가 있어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고, 저소득층·저학력층만 군복무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구절벽 상황이 도래해 정신적·신체적 문제가 있는 이들까지 군대에 가야 하고 병역기간을 왕창 늘려야 한다면 모병제 도입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양영석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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