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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신(神)이 그립다- 전강준(부국장대우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6-09-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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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의 아들, 신의 한 수, 신의 경지.

    요즘 신(神)이 대세다.

    신을 빗댄 이런 용어 속에 금수저(부모의 재력 등을 물려받은 2세), 은수저도 숨어 있을 테고, 일반 서민들은 어떤 결정과 상황을 두고 ‘신의 한 수’와 ‘경지’에 이르렀음을 풍자하기도 한다.

    신의 아들은 공공연히 드러나지 않았던 비밀 같은 사회현상들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용어로 정착했다.

    재벌2세 등 갑질과 금수저 등은 제외하고서라도 특히 군면제에 대해 따라붙는 말이 신의 아들로 정착됐다. 까짓것 군 면제받았다고 신의 아들로 풍자되냐며 조금 과한 생각은 없지 않았으나, 대를 이어 군면제를 받은 고위공직자들이 수면에 드러나면서 고개가 끄떡여진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앙과 지방 공공기관 4급 이상 고위공직자로 병역을 면제받은 2520명 중 아들도 병역 면제자인 사람은 92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1명은 아들 3명이 모두 면제받았고, 두 아들이 병역을 면제받은 고위공직자는 4명이나 됐다.

    병역면제를 아들에게 물려준 고위공직자는 국회의원, 부장판사, 검사장, 외교부 영사, 교육장, 대학 총장 등 대부분이 사회 지도층이었다.

    병역면제를 모두 비리와 결부할 수는 없지만, 자신뿐 아니라 아들마저 병역 면제자인 고위공직자가 많은 현상은 징병체계에서 씁쓰레한 여운을 남기게 한다. 이들이 정말 아픈 사람이었다면 시비 걸 일도 아니지만 부모가 아들의 병역면제를 ‘신의 한 수’로 선택했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신의 한 수는 이처럼 인생의 전환점을 만든 계기, 또는 그 결정을 말한다. 신이 내린 결정이라는 뜻에서 엄청 대단한 것으로, 신의 아들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수저 못지않다.

    신의 한 수는 지난 2014년 7월 개봉된 내기 바둑의 세계를 다룬 범죄액션물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사회적 용어로 완전 굳어졌다.

    하지만 풍자적으로 쓰이기도 하는 신의 한 수는 실제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한때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다는 조선업이 그렇고, 사드 배치 문제로 시끄러운 사회문제 등도 그렇다. 조선업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지난해 1만5000여명이 실직했고, 올해도 수천명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3사는 수주금액이 연간 목표액의 10%대에 머물고 있고, 해양플랜트 실적마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잘나갔던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신청 이후 세계 곳곳에서 발이 묶인 배가 현재 54척으로 집계되고 있다.

    제조업, 물류, 사회현상 등 모두가 총체적 난관에 부딪혀 있다.

    신의 한 수가 여기에 던져질 수는 없을까.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처럼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단칼에 특약처방을 할 수 있는 ‘신의 경지’로 가는 ‘신의 한 수’가 있었으면 좋겠다.

    두 나라의 바둑 고수가 대결을 한다. 이 대결에서 한쪽이 첫 돌로 천원(바둑판의 중앙)에 놓으니, 한참을 생각하던 상대 고수가 ‘졌소’라며 더 이상 둘 데가 없다며 돌을 던졌다 한다. 이처럼 ‘신의 한 수’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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