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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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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포트폴리오 전략- 박승태(창원산업진흥원 미래산업팀장)

  • 기사입력 : 2016-09-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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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시의회에서 벽에 걸린 주요 사업 현황도를 스마트폰에 담았다. 창원시 지역별 사업들이 예산, 시기와 함께 잘 표시됐는데 개수가 총 24개다.

    흔히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라 하는데 많지 않나 걱정이 되며 스티브 잡스 생각이 났다. 자신이 창립한 회사에서 쫓겨났다 복귀한 그는 노트북, 스캐너, 프린터 등 20종류 이상의 제품을 팔던 상황에서 경영의 역사에 남을 단순화를 실현시켰다. 복잡한 컴퓨터 모델 군을 개인용과 전문가용, 노트북과 데스크톱 단 네 가지로 줄인 것이다. 그리고 몰락하던 애플을 회생시키며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이른바 차세대 대박 상품(next big thing)을 준비할 현금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이처럼 잡스에게는 단순함이 차별화의 원천이자 전략의 핵심이었다.

    복잡성의 비용(cost of complexity)이란 말이 있다. 기업이 커지면 조직 계층, 제품, 고객층과 영업지역이 늘어나게 되는데, 확장에 수반하는 복잡성으로 인해 관리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돼 임계점을 넘어서면 이익을 잠식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모든 전략은 고유하고 선택지는 상대적이며 기업 경영과 행정은 엄연히 다르다. 인구 100만명이 넘고 서울보다도 넓은 면적의 창원시는 국비 지원 여부를 떠나 조직 규모로 보아도 24개의 주요 사업이 과하다 예단할 수 없다. 그렇다고 참조가 불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적절한 사례와 이론을 살펴봤다.

    워너브라더스는 매년 20편 정도 영화를 제작했는데, 이 중 잘될 만한 4~5개를 골라 집중 투자했다. ‘될성부른 나무’에 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1990년대 말부터 일관되게 이런 전략을 밀어붙였다. 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해리포터 시리즈’ ‘다크나이트’ ‘오션스 시리즈’ 등 대박 작품을 쏟아내며 승승장구했다. 물론 크게 베팅해 엄청난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성공이 실패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였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하버드대 애니타 엘버스 교수는 이를 ‘블록버스터 전략’이라 했다. “제작비와 마케팅비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여러 콘텐츠와 제품에 이를 고르게 배분하는 전략은 언뜻 봐서는 바람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블록버스터급’ 콘텐츠와 제품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이를 뒷받침하는 정도로 생각하며 ‘성의 표시’만 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20개든, 50개든 자기 역량에 맞춰 제품이나 콘텐츠를 양산하되 포트폴리오상에서 상위 그룹에 위치할 몇 개를 골라내는 것, 그리고 그 몇 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블록버스터 전략’이다.

    창원의 주요 사업도 이런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 사업 착수를 고민 중이던, 이미 상당히 진행 중이던 버릴 사업은 버리는 결단도 있어야 한다. 한 군사이론가가 얘기했듯이 ‘한 번의 훌륭한 후퇴는 한 번의 위대한 승리와 마찬가지다.’ 포트폴리오 전략의 핵심 성공요소는 결국 예산과 인적자원을 집중할 ‘블록버스터’급 주요 사업의 선택과, 이를 성공시킬 관리역량이다. 이는 결국 최고 의사결정자와 그를 보좌하는 전략기획팀, 다시 말해 컨트롤타워의 역할이다. 분석과 직관을 통해 현장과 사례의 주밀한 검토를 거쳐 토론하고 의사결정할 사항이다. 정해진 포트폴리오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듬는 선택을 통해 발전하도록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 그리고 사업의 실행에 있어선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잭 웰치가 말한 ‘전략보다는 인재가 우선(People First, Strategy Second)’ 원칙이다.

    적재적소의 인재 운용은 전략 개발보다 더 중요하다. 아무리 전략이 훌륭하더라도 이를 구체화하고 실천할 올바른 리더가 없다면 그럴듯한 보고서와 그저 그런 결과만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승태 (창원산업진흥원 미래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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