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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산다 (9) 자취방에서도 손쉽게 즐기는 핸드드립 커피와 요즘 대세 콜드브루(스압주의·허세주의)

  • 기사입력 : 2016-09-26 13:4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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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알맞은 볕과 바람, 구름이 새삼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있었을까요? 유난히 올해는 가을이 더 좋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에 청량한 공기가 선사하는 계절 특유의 행복함도 좋지만, 올해는 '뜻밖의 행운'도 곁들여졌기 때문입니다.(올해 가을은 그야말로 제게 '세젤계!'(세상제일좋은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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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추출 과정 중 뜸들이기. 필터에 있는 원두 전체를 적은 양의 물로 충분히 적셔주자.

    여기에다 올해 가을엔 그동안 잘 몰랐던 커피의 향과 맛을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카페를 가든 '아이스아메리카노에 샷 추가요'만 외치던 나! 그러다 추석 전 우연히 들른 로스터리 카페에서 맛본 핸드드립 커피가 제 가을을 바꿔놨습니다.

    그 커피의 맛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굳이 표현하자면, 은은하고 묵직하고 자욱하게 코끝과 입안을 감도는 향과 '쓴단쓴고쓴쌉싸래한(쓰고, 달고, 쓰고, 고소하고, 쓰고, 쌉싸래한) 맛'이었다고나 할까? 세상 처음 맛본 커피였습니다.

    '이런 커피 집에서도 즐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번뜩 스쳐지나갔습니다. 자취 8년차 웬만한 요리는 뚝딱 할 수 있으니, '이제 커피를 배워보자! 못할 게 어딨어? 가르쳐 달라 조르면 알려주겠지? 돈 받으려나? 안 받겠지? 일단 말해보자!' 의식의 흐름대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로스터리 카페를 다시 찾아가 바리스타 사장님께 '자취방에서도 (싸고) 손쉽게 이 커피 즐길 수 있게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쿨가이 사장님은 껄껄 웃더니 '오케이'라고 외쳤습니다.(도움주신 밀양 차군커피 로스터스 차상빈 사장님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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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추출해본 커피. 인도산 원두의 묵직하고 고소하면서 알맞게 진하고 쓴 맛이 일품.

    그 결과? 이제 집에서 혼술 대신 혼커(혼자 커피마시기)를 마십니다.(혼술도 가끔 자주 종종…….) 제 입맛에 맞는 원두를 사서 집에서 직접 갈고, 추출해서 맛과 향을 음미하는 이 기쁨! 출근할 때 텀블러에다 요.즘.대.세. 콜드브루를 담아가는, 있어 보이는 도시남자로 변해가는 뿌듯함(그냥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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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넘김이 부드러운 처음 치고 성공한 핸드드립 커피.

    '아메리카노에 샷 추가요!'를 외치던 지난날에 비해 제 삶의 질은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께 손쉽고 간단하게 집에서 핸드드립커피&콜드브루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진짜 1도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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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물은 원두, 전용포트(맨윗줄 왼쪽부터) 필터, 드리퍼, 계량컵(가운데줄) 그라인더, 서버(맨아랫줄)

    ▲준비물(원두 포함 다 합쳐서 9만6000원…처음엔 투자가 좀 필요…그러나 가성비는 세상 최고!)

    △원두 △원두를 곱게 갈아줄 그라인더(핸드밀) △전용 포트 △드리퍼 △커피필터 △계량 스푼 △서버 △멸치다시백
    ※온도계와 저울도 필요하다고도 하지만 패스.

    ▲자, 그러면 핸드드립 혼커 한잔 마셔볼까?

    1. 먼저 원두를 곱게 갈자. 일반적으로 굵을수록 추출이 잘 안 된다고 하니 곱게! 그라인더가 없다면 절구(마늘 빻는 그거 맞다!)를 이용해도 좋다.(팔 아픔 주의) 이렇게 20~23g 정도 갈자. (저울이 없다면 계량스푼을 활용해 보자)

    2. 바닥에 받침대 하나를 깔고 서버를 올리자.(서버가 없다면 그냥 컵을 사용해도 좋다) 그 위에 드리퍼를 받치고, 커피 필터를 드리퍼 안에 접어 넣는다.

    3. 물 150~180g 가량을 전기포트에 끓여서 전용 포트에 옮겨 담자. 갓 끓은 물은 거의 100도다. 커피가 가장 잘 추출되는 물의 온도는 85도~92도 정도라고 하니 좀 식혀주자. 전용 포트에 담긴 물을 서버에 번갈아 서너 번 부어주면 얼추 그 정도 온도가 된다.(온도계 있음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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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또 한 번 실습!

    4. 필터가 드리퍼에 밀착되도록 뜨거운 물로 적셔준다. 그 물로 서버를 한번 헹궈준다. 다 됐나요? 이제 필터 위에 곱게 간 원두를 담자.

    5. 자, 이제 커피를 내릴 것이다. 왼손은 식탁 위에 받쳐주고 오른손엔 전용 포트를 들자.(왼손잡이는 반대) 편안한 자세로 똑바로 서 보자.

    6. 이제 본격 시작. 먼저 '뜸'을 들인다. 최소한의 물로 원두 전체를 적셔보자. 팔의 힘을 빼고 일정한 물줄기로 적시는 게 중요! 원두가 물을 흡수해 거품이 뻐끔뻐끔, 두둥실 부풀어 오르고 가라앉으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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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추출 과정. 물을 일정하게, 손목을 이용해 돌리면서가 포인트!

    7. 바로 그 타이밍 즈음에 1차 추출을 한다. 이 과정이 가장 중요하단다. 일정하게! 손을 돌리면서 적당히 굵은 물줄기로 원두를 한번 적시자. 추출된 커피가 똑똑 서버에 떨어진다. 두둥실 부풀어 오르면 같은 방법으로 2번 더 추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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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쓴단쓴고쓴쌉싸래하고 향이 묵직하고 은은한 커피 나도 완성!

    8. 예쁜 잔에 커피를 따라 마신다. 천천히 향을 즐기면서 마셔보자. 기호에 따라 설탕이나 시럽을 넣어 마셔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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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곱게 간 원두와 물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콜드브루! 이렇게 하루 냉장고에서 보관하면 완성된다.

    ▲물통, 냉장고, 원두…간편하게 콜드브루 즐기기

    1. 멸치다시백을 준비한다.

    2. 그라인더나 절구로 곱게 간 원두를 다시백에 넣고 찬물을 담아 냉장고에 하루 이상 보관한 뒤 마신다. 이게 끝!

    3. 비율은 물 1L:추출된 원두 30~50g 정도. 기호에 맞게 하루나 이틀 더 보관해서 마셔도 좋다.  
     
    ▲바리스타가 알려주는 커피 이 정도만 알면 바리스타만큼 내릴 수 있다?!

    커피 맛에는 정답이 없어. 자기 입맛에 맞는 원두가 어떤 것인지 고르는 것이 중요. 가까운 로스터리 카페에 가서 시향도 해보고, 바리스타의 설명도 듣고 사야. 산지별로 맛이 다양한데, 아프리카나 북중미 계열은 신맛, 아시아나 남미 계열은 묵직하면서 고소한 맛이 주로 나는 것이 특징.

    갓 로스팅된 신선한 원두라고 광고하는 것에 속지 말것. 갓 로스팅된 건 먹었을 때 맛이 정확히 발현이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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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살바도르 에베레스트 원두(왼쪽)와 내 입맛에 딱 맞는 인도산 원두.

    간편하게, 커피를 많이 즐기는 사람은 굳이 집에서 원두를 갈아 마실 필요는 없음. 갈아달라고 하면 됨. 다만, 오래 두고 먹으려면 원두를 사서 핸드밀로 갈아서 마시는 게 좋음. 원두를 가는 과정에서 향이 퍼지기 때문.

    핸드드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의 온도와 원두를 가는 과정. 이것만 기억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

    쓴맛도 커피 맛의 일부분! 존중해줄 줄 알아야. 최근 아메리카노도 싱글처럼 한 가지 원두만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음. 자기가 좋아하는 맛이 무엇인지 찾아 싱글로 즐기면서 점차 커피를 알아가면 더욱 재밌다는 걸 기억해두길.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도움말= 밀양 차군커피로스터스 차상빈 바리스타(인스타그램 아이디: chaguncoffee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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