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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허술한 김영란법, 그 성공을 바라며- 김진현(사회2부 본부장·이사대우)

  • 기사입력 : 2016-09-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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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부터 공무원과 기자 교사 등 약 240만명으로 추정되는 국민들에게 혼란이 시작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몇 달 준비하고 시작하지만 막상 시작되면 혼란스러울 게다. 법 시작 하루 전. 기분이 참 별로다. 내가 특정한 법의 대상자가 됐는데 좋을 리 없다.

    법 취지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국민들이 부정이 만연하다고 느끼는 지금 어쩌면 꼭 필요한, 그래서 늦은 감이 있는 법이 내일부터 시작된다. 어떤 일이건 처음엔 시행착오가 있고 그 착오들이 모여 공고함이 된다는 것도 너무 잘 안다. 꼭 해야 하고 필요한 법의 시작이지만 참으로 불만이다.

    정부가 국회가 대법원이 모두 인정한 이 법 왜 이리 상그러울까. 왜? 그 질문에 대한 마땅한 해답을 찾다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의 말이 생각났다. ‘법은 거미줄 같아서 작은 파리는 잡지만 말벌 같은 큰놈은 빠져나간다.’ 그의 말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로도 해석된다. 지난 추석 특집으로 베테랑과 내부자란 영화가 TV에서 방영됐다. 큰 덩치로 인해 영화관 가는 것을 극히 꺼리는 내가 모처럼 수많은 관객을 모았던 영화를 봤다. 보면서 김영란법이 생각났다.

    정말 좋고 필요한 법이지만 참 싫다. 국민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국회의원. 그들이 대상이 아니라는 건 독자들도 알 터이니 그 말은 빼자.

    조선업 위기와 고온으로 인한 고기의 폐사 그리고 콜레라. 지난 8월부터 통영 고성의 관광객이 대폭 줄고 횟집을 비롯한 식당은 1주일에 손님 한 명 오지 않는다. 시장이, 군수가, 시군의원들이 나서 구걸하듯 시식회를 하지만 식당에 손님이 없다. 이 판에 김영란법이 시작되는 것이다. 취업이 너무 힘든 지방대생들에게 그나마 도움이 됐던 마지막 학기 학점 주기. 이것도 불법이란다. 이러면 취업을 포기해야 한다. 이걸 막기 위해 조기취업이라는 또 다른 편법이 나올 수밖에 없다.

    통영시, 고성군의 홍보담당자와 이 지역 기업체의 홍보담당, 그리고 김영란 법을 시행해야 하는 사법기관도 김영란 법을 두고 한 달이 넘도록 공부했지만 머리가 아프단다. 제대로 준비가 안 된 법이 시행되니 자신들도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열 순경 도둑 하나 못 막는다고 했다. 지역의 경제인들이 모였다. 대화 중 한 분이 버럭 화를 냈다. “도대체 정부 하는 일이 글렀어. 인사 받기 좋아하는 공무원, 기자들이 피해 갈 방법 안 만들겠냐. 밥이라도 제대로 사면 넘어갈 일을 이제는 3만원짜리 밥 먹고 화내지 않겠냐. 그리고 뭘 더 달라면 부담 아니냐. 밥값 정하기 전에 도둑놈 후려칠 방안부터 만들었어야지.” 또 다른 분이 거든다. “골프장 같이 가자고 하고 이제는 자기가 낸다고 봉투 달라고 하겠네. 이전에 내가 계산하면 됐는데 이제는 현금으로 더 많은 액수를 줘야 할 거 아니냐.”

    물론 이분들의 말이 틀렸다.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만든 법이니까. 그런데 사업하는 분들에게 그렇게 받아먹던, 몇 안 되겠지만 법이 시작돼도 정신 못 차릴 나쁜 공무원, 나쁜 교사, 나쁜 기자들에겐 이게 통할 것 같다.

    로마시대 역사학자 타키투스는 나라가 부패하면 부패할수록 법률은 늘어난다고 했다. 이러한 부패가 어정쩡한 김영란 법을 만들었다. 그래서 김영란 법은 성공해야 한다. 240만의 국민이 엉뚱한 대상자가 되고 수많은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이 힘들겠지만 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김진현 (사회2부 본부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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