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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100세 시대, 퇴직은 있어도 은퇴는 없다- 정철영(전 창원시 진해구청장)

  • 기사입력 : 2016-09-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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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6·25전쟁이 끝난 뒤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로, 최근 통계청 발표(2015년 11월 1일 기준)에 의하면 베이비붐 세대는 모두 71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정점은 1958년생(개띠)이다. 이들은 앞으로 1~2년 내에 경제현장을 떠난다. 이들 중 대다수가 내 집 마련, 자녀 교육 및 결혼 등으로 노후준비를 못하고 방출된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사회적 안전판인 국민연금 수혜계층도 적을 뿐더러, 일자리와 평생교육, 그리고 그들의 경력과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도 미약하다. 때문에 앞으로 큰 사회적 문제가 예상된다.

    이 시대 우리는 퇴직은 있어도 은퇴는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퇴직과 은퇴는 비슷한 의미지만, 사전적 의미로 구분하면 퇴직은 현직에서 물러난다는 뜻이고, 은퇴는 직업에서 물러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낸다는 의미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사람이 세상을 등지기 전에 은퇴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인생 1막에서 퇴직하고 나면 다시 2막을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얼마 전 퇴직을 했다. 퇴직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여러분들 덕분에 참 즐겁고 보람된 직장생활을 했다. 인생 2막도 잘 준비해서 아름답게 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인생 2막에 대한 사회적 프로세스는 아직 없다. 스스로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필자도 처음에는 갑작스런 변화에 마음이 공허했다. 주변에 퇴직한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타개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교육과정에서 듣고 토론한 얘기를 되새겨보면서 동기를 부여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그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은퇴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퇴직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과거 퇴직 후 여생이 10~20년일 때는 휴식과 여가를 위해 은퇴를 했다. 지금은 퇴직 후 30년 넘게 더 살아야 하기 때문에 퇴직을 다시(Re) 타이어(tire)를 갈아 끼우고 살아가는 시기라 보아야 한다. 퇴직은 단절되는 것이 아니고 삶의 연속이다. 새로운 직업을 가져 보자. 그 직업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노화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노화란 퇴보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계속 성숙해 나가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이란 시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하지 않았던가. 기대치와 욕심을 낮추고 가족이나 주변에 대한 책임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오늘의 나는 어제 생각한 결과이며, 내일의 나는 오늘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음을 자각하자.

    마지막으로 소유의 삶에서 존재의 삶으로 변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유충이 나비로 변신하려면 일단 번데기가 되어야 한다. 이처럼 흐름을 바꾸고자 할 때는 오늘의 나를 죽여야 내일의 내가 다시 태어난다. 우리 주위에는 퇴직 후 자격증을 습득해 독거노인 집수리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 합창단에 가입해 젊은 시절 못해 본 끼를 발산하는 사람, 일흔에 한글을 배워 시집을 낸 사람 등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모두가 존재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끝나면, 곧이어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 출생, 610만명)의 퇴직이 계속된다. 그리고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65세 이상)이 되는 2020년이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리 진행될 것이고, 노인문제가 또 다른 사회문제로 확산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노후 대비 시스템을 개발하고 정년연장, 세제지원, 일자리 마련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수립해 예고된 재앙(?)에 대비해야 한다.

    정철영 (전 창원시 진해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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