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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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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50대 직장인들의 관심사-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6-09-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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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초등학교 동기들과 모여 저녁식사를 했다. 50대 초반 동창생의 대화 주제는 아이들 교육과 취업, 결혼 그리고 노후 문제였다. 자녀의 교육과 취업은 모임 때마다 주된 화제였는데 세월이 가니 자녀 결혼 이야기도 나온다. 조금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벌써 자녀 결혼 시기가 도래해 사위와 며느리 될 사람에 대해 자랑을 한다. 노후 대책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특별히 잘사는 친구들이 없고 다들 사는 형편이 고만고만해서인지 노후엔 국민연금에 기대 살아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세다.

    낚시를 좋아하는 한 친구는 바닷가로 가서 은퇴 후 고기나 실컷 잡으면서 살겠다고 했다. 다른 친구는 은퇴 후 부모님이 계신 시골에 들어가 살면 큰돈 들지 않고 살 수 있다고 했다. 시골서 부부 둘만 살면 한 달 생활비 100만원 남짓 하면 살지 않겠느냐고 했다. 반면 나이 들수록 큰 병원과 백화점이 있는 도시 근처에 살아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지면 노후 관계가 돈독해진다는 실용적인 조언을 하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 친구들이 사는 형편에 따라 노후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 공무원이나 비교적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 노후 걱정을 더 많이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이 오히려 미래에 대해 더 낙관적이었다. 노후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생각은 내가 평소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은 더 떨어질 데도 없으므로 어떻게든 버텨 갈 수 있다는 잡초 같은 끈질긴 생명력이 있기 때문일까. 반대로 지금까지 안정된 생활을 하던 친구들은 중산층 이하로 추락하는 데 대한 불안감이 큰 때문일까. 그동안 누려온 생활과 품위유지에 드는 비용의 수준에 따라 걱정의 크기도 비례한 것으로 짐작된다.

    어쨌든 노후를 바라보는 관점이 각자 처지에 따라 달랐고, 따라서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와 방식도 달라 보였다. 형편이 나은 친구들은 개인 연금을 별도로 넣는 등 더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다. 사실 이들은 지금 다니는 회사의 퇴직금, 또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만으로도 노후가 충분한데도 또 다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반면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친구들은 물론 그럴 여유도 없겠지만 노후 준비에 태평인 듯이 보였다. 그들은 부부 두 사람이 설마 밥 굶겠나 하는 식이었다. 역설적으로 돈이 있는 친구들이 노후에 대해 더 초조했고, 없는 친구들이 느긋해 보였다. 20년 이상 안정된 직장을 다니는 한 친구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반면 비정규직인 한 친구는 모아 둔 돈은 없지만 노후 걱정 안 한다고 했다.

    그럼 보통 직장인들은 어떨까.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0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이 학원을 다니거나 온라인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중 1명은 현재 다니는 직장 외 따로 아르바이트나 부업을 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나 구조조정 등의 압박으로 낮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샐러던트’(salaryman과 student의 합성어)와 과외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투잡족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인생이 너무 길어진 데 따른 직장인들의 강박증이라고 진단한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지금 현재에 충실하는 게 어쩌면 상책일지 모르겠다.

    이상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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