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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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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까지 대비 ‘72시간 생존배낭’

■ 재난 대비 생존배낭 꾸리기
생존배낭 꾸려 집안 대피장소에
비상식량·체온유지용품 등 준비

  • 기사입력 : 2016-09-2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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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2일 경주 인근에서 국내 지진 관측 사상 최대치인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데 이어 28일 오후에도 규모 3.1 여진이 발생하는 등 440회 이상 여진이 계속되면서 온 국민이 불안에 휩싸였다.

    또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주변에 원전과, 산업공단이 집적해 있는 경남도민들은 더욱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추가 여진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면서 시민들도 재난 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이후 스스로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이후 메르스 등도 발생하면서 자연·사회적 재난이 갑작스레 닥칠 수 있음을 실감한 것이다.

    이번 지진 때는 재난 시 대피 상황에서 필요한 ‘생존배낭’을 꾸리는 이들도 생겨났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다이소에 따르면 핫팩, 특전식량, 담요, 호신벨, 간편 구급함 등 재난 대비 관련용품의 판매량이 지진 발생 이전보다 20% 이상 늘었다.

    군대 내에서 생존배낭을 접한 후 언제든 전쟁같은 상황이 닥칠 수 있을 것을 알고 20년 전부터 생존배낭을 꾸려온 이가 있다. 학문적·형식적 대응이 아닌 실질적 재난 대응법을 알려주는 도시 재난 전문가 우승엽(43·경기 평택) 도시 재난연구소장이다. 레저를 즐기듯 부담없이 하나둘 준비해보라는 그의 조언대로 재난을 대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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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상식량·체온유지용품 등 준비

    ◆생존배낭이란

    생존배낭은 ‘72시간 배낭’, ‘비상배낭’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재난 상황 때 고립됐거나 대피했을 때 2~3일을 견딜 수 있도록 필요한 물품을 한데 모은 배낭이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등 공공기관에서는 생존을 위해 어떤 물품을 챙겨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 반면 재난에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일본이나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 나온 재난 대비 책자의 한글판에서 생존 용품들이 목록으로 정리된 것을 참고할 수 있다.

    ◆왜 꾸려야 하나

    평생 단 한 번도 쓰지 않을 수도 있는 생존배낭을 준비해야만 할까. 우 소장은 생존배낭을 싸면서 도시 재난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꼭 사용하지 않더라도, 생존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언젠가는 내게도 올 수 있을 재난을 한 번 떠올려 봄으로써 재난 현실에 닥쳤을 때 침착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간 우리나라는 재난에 대해 국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대비가 많이 미비해 이번 지진에 더 크게 놀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생존배낭을 직접 싸 보면서 온 가족 구성원이 지진 등 도시재난의 상황을 준비하면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떨구고, 자신감을 갖게 돼 위급한 상황에서 대응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생존배낭을 준비하면서 가족들끼리 흩어져 있을 때를 대비해 모이는 장소를 정하고, 각 재난 상황 시 대피방법을 알려주는 방재 책자를 상황별로 출력해 함께 읽어보면 아이들 교육도 자연스레 이뤄지게 된다.

    우 소장은 “생존배낭을 싸면서 경각심을 느끼게 되겠지만 재난이라고 해서 무겁게 여기지만 말고 평소에 온가족이 취미생활하듯 하나 둘 챙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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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배낭 꾸려 집안 대피장소에



    ◆어떻게 준비할까

    생존배낭이 주목받으면서 생존배낭에 필요한 품목이 마트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해외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해외 생존배낭 세트를 판매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우승엽 소장은 “세트로 꾸려진 배낭이 성능이 훨씬 뛰어나거나 훌륭한 것도 아니다”며 “집에 있고, 쓰기 익숙한 것들만으로도 판매 제품의 4분의 1 가격으로 생존배낭을 꾸릴 수 있고, 직접 싸 둬봐야 뭐가 들어 있는 지도 알 수 있다”며 필요한 품목과 배낭을 꾸리는 노하우를 짚었다.

    ◆가방부터 내용물까지 집에 있는 걸로도 충분히 꾸릴 수 있다. 큰 배낭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빠른 대피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만 간단히 넣는 것이 좋다.

    ◆가구당 1배낭이 아니라 구성원마다 준비해 1인 1배낭 이상을 꾸려야 한다. 직장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 운동화와 함께 생존배낭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차에는 좀 더 오래 둘 수 있고 덜 필요한 용품들까지 넣은 배낭을 따로 챙겨둘 수도 있다. 일 년에 몇 번 쓰지 않는 여행용 트렁크 등도 훌륭한 생존배낭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동에 힘이 별로 들지 않고, 모양이 구겨지지 않아 내용물 보존에도 좋다. 다 꾸리면 현관 등 보이기 쉬운 곳에 둔다.

    ◆생존배낭은 크게 비상식량, 체온유지용품, 구조용품 세 부분으로 나눠 준비할 수 있다.

    -비상식량: 초콜릿 바, 건빵, 전투식량, 참치캔, 통조림, 동결건조 식량 등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당을 충전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하면 된다. 물은 사람의 생존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2~3병을 꼭 챙긴다.

    -체온유지용품: 여름에도 날씨 영향으로 추울 수 있기 때문에 핫팩과 담요, 모자, 장갑, 마스크, 비옷 기능을 해주는 바람막이 재킷 등을 넣어야 한다. 또한 급격히 체온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 구호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박 보온 시트를 챙겨두는 것도 좋다. 젖은 몸을 말릴 수건과 붕대, 반창고, 진통제 등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구급약품도 넣어둔다. 평소 복용하는 약이 있는 환자는 미리 넣어둔다.

    -구조용품: 고립 시 조난 위치를 알리면서 구조를 요청할 때 쓸 수 있는 제품들이다. 신호탄과 플래시, 라디오, 라이터, 호루라기, 예비 건전지 등이 필요하다. 특히 생활무전기가 있으면 2~3㎞ 이내에서 가족들과 연락이 닿을 수 있으므로 재난 시 유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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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트렁크에는 덜 중요한 용품을



    ◆생존 위한 준비

    재난에 대해서도 아는 만큼 힘이 생긴다는 말이 통한다. 재난, 안전에 대한 상식을 쌓아놓으면 두려움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재난안전포털 안전디딤돌앱 (안드로이드 마켓·앱스토어 검색 후 다운로드): 국민안전처에서 만든 재난 대비 앱. 재난 관련 속보와 재난 시 행동요령을 알려준다.

    ◇도쿄방재 (http://www.metro.tokyo.jp/KOREAN/GUIDE/BOSAI/): 각 재난 상황시 대피 요령, 생존 배낭을 위한 품목 등을 그림과 체크리스트까지 곁들여 자세히 정리했다. 재난별 상황을 숙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뉴욕시 비상 사태 대비(http://www1.nyc.gov/assets/em/downloads/pdf/rny_pocket_korean.pdf) 포켓 가이드: 재난 시 맞닥뜨릴 상황에 지니고 다닐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정보들만 모아뒀다. 한 면에는 가족 연락처 등의 정보를 써둘 수 있도록 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사진 제공= 우승엽 생존21 도시재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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