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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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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한너울우리문화사랑회 왕구상 회장

9년간 100번, 전국 방방곡곡 돌며 ‘답사 발자국’

  • 기사입력 : 2016-09-2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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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문화를 아끼며 이를 지키고자 하는 지역 사람들의 모임인 ‘한너울우리문화사랑회’가 지난 25일 답사 100회를 돌파했다. 그동안 강화도, 수원, 단양, 부여, 공주, 해남, 안동, 경주 등 전국 방방곡곡 이들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모임이 만들어진 지 10년, 공부하는 답사단체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는 ‘문화 지킴이’를 자처한 왕구상(53·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회장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쩌다 보니 10년을 장기집권(?)했다.

    문화유산 답사는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고 했다. 답사 10년에 우리문화에 대한 사랑은 깊어지고 넓어졌다. 전남 담양으로 답사를 다녀온 다음 날인 26일 ‘창원의 집’에서 왕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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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니는 게 좋아요… 역마살이죠”

    전날 다녀온 담양 답사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었다. 답사 100회 기념으로 초심을 되새기자며, 제1회 답사처인 담양을 다시 찾았다. 회원 30명은 담양의 정원과 정자건축 등을 살펴보고 왔다.

    왕씨는 “담양은 누정(樓亭)문화의 보고, 가사문학의 본향이다. 송강 정철이 이곳 식영정, 환벽당, 송강정 등에서 자연경관을 벗삼아 ‘성산별곡’을 창작했다. 송강은 이곳에서 면앙정 송순,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등을 스승으로 삼아… .” 답사 전문가답게 내공이 느껴지는 담양 예찬이다.

    함안에서 부동산 관련 일을 하는 그가 우리 문화 답사에 빠지게 된 연유가 궁금했다. 그냥 여행을 다니는 게 좋아서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 3년을 목적지도 없이 전국을 떠돌았습니다. 떠돌다가 어두워지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잠자리를 청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지하도나 대합실에서 자기도 했습니다.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 방랑이라고 할까요. 역마살이 끼었다고 집에서 굿을 할 정도였습니다.”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게 싫었던 그의 성정상 직장생활도 맞지 않았다. 직장이라면 건설회사 기획사업부에서, 그것도 땅 보러 다니는 일을 한 전력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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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구상 한너울우리문화사랑회 회장이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창원의 집 안채에서 마당을 바라보고 있다./김승권 기자/

    ◆회원 6명에서 340명으로

    한너울우리문화사랑회는 2007년 9월 11일 창립됐다. 처음 모임을 만들 때 6명이던 회원이 지금은 카페 회원 기준으로 340명까지 늘었다. 180~200명 정도가 창원을 중심으로 살고 있다. 왕씨는 2006년 한너울의 모태가 된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경남사람들’ 모임 때부터 활동했다. 문화재를 보러 간다기에 따라다닌 게 시작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모임이 시들해지면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한너울로 뭉치게 된 것이다.

    한너울은 ‘큰’이라는 뜻을 가진 ‘한’과 ‘물결’이라는 의미를 가진 ‘너울’의 합성어다. “‘큰 물결’, 우리의 조그마한 문화운동이 장차 큰 물결로 사회에 너울 치기를 바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이름을 제안했는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 채택됐습니다. 우리 문화가 살아야 우리가 산다를 정신으로 모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답사에는 가족 간, 친구 간 참석이 많다. 모자 모녀 지간, 부부간에 서로 정을 쌓는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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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안동 조탑동 오층석탑.


    ◆공부하는 답사 모임…음주가무 사양

    야외에 나가면 누구든 기분이 ‘업’되고, 자연스레 긴장도 풀리게 된다. 답사를 명목으로 명승지라도 가면 술을 한잔하게 되고, 과하면 주객이 전도되기 십상이다. 시간이 가면 모임이 부담스러워지고 시들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10년째 조직을 이어온 비결에 대해 왕씨는 “한너울은 어찌 보면 재미가 없는 단체다. 음주가무는 안하지만, 역사 공부는 실컷 하고 온다. 술 생각으로 모임에 온 사람은 낭만이 없다며 자연스레 발길이 끊겼다. 결국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만 남았다”고 말했다.

    역사 공부 단체는 빈말이 아니었다. 왕씨가 전날 답사 자료라며 내놨다. ‘온새미로’라는 제목의 자료집에는 24페이지에 걸쳐 담양 소개와 함께 한국의 정원과 정자 건축,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거리, 삼지천마을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덤으로 사적지 ‘소쇄원(瀟灑園, 물 맑고 깊을 소, 깨끗할 쇄, 동산 원)’을 노래한 ‘소쇄원 48영(詠)’ 등을 실었다. 답사 때마다 이렇게 자료를 준비하고, 그것을 책으로 엮는다.

    또 왕씨는 답사지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답사지 관련 영상물을 틀어준다. 답사 정보는 주로 인터넷 등을 이용해 구하고, 답사 지역의 지자체 문화 관련 부서에 협조를 구해 자료를 얻기도 한다. 이를 인터넷 카페에도 올려 회원들과 공유한다. 보유하고 있는 영상자료만 해도 꽤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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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산서원 답사 모습.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우리 문화

    100회 답사면 어지간한 곳은 다 다녀왔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왕씨는 “백두산 답사까지 마치고 우리나라 많은 곳을 다녀왔지만 아직도 가봐야 할 곳이 많다”고 했다. 직장인 회원 때문에 장거리 답사가 쉽지 않은 것도 이유다. 1박2일 답사는 일년에 한두 번. 대부분 당일치기로 다녀와야 해 강원도나 수도권으로 가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한다. 답사지는 회원 추천을 받아 회의에서 결정한다. 마땅한 답사지가 안 나오면 왕씨가 계절 등을 감안해 추천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을 찾아 선인들처럼 탁족을 즐기기도 하고,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정한다.

    기억에 남는 답사지 몇 곳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는 먼저 함양 화림동계곡을 들었다. 영남지방을 대표하는 정자문화를 잘 볼 수 있는 곳이란다. 또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유배생활을 한 흑산도와 홍도, 동해의 우리 섬 독도 등을 꼽았다. 이 가을에 가볼 만한 곳으로는 전북 고창 선운사를 들었다. 선운사에서 도솔암에 이르는 산길은 환상적인 단풍을 자랑한다. 그 길의 끝에는 동학의 비기를 가슴에 품고 있는 선운사도솔암마애불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사시사철 어디를 가더라도 좋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늘 봐왔던 것도 다시 보면 새롭습니다. 그 속에는 선조들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민족만의 문화가 있습니다.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즐거움, 바로 답사의 매력입니다.”

    이학수 기자 leeh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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