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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 극언상과(極言上過) - 임금의 잘못을 극도로 이야기하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10-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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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 정승 여불위(呂不韋)가 지은 여씨춘추(呂氏春秋)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어진 사람이 없으면 극도로 강직하게 하는 말을 임금이 들을 수 없다. 극도로 강직하게 하는 말을 듣지 못하면 간사한 사람들이 당파를 짓게 되어 온갖 사악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나라가 존속할 수가 없다.’

    조선 인조 때 용주(龍洲) 조경과 잠와(潛窩) 이명준 등 강직한 신하가 있었다. 대궐에 들어가 임금의 앞에서 “전하께서 궁중에서 언제 무슨 일을 잘못했고, 또 언제는 어디에서 무슨 일을 잘못하셨는데, 그렇습지요?” 인조의 잘못을 지적해 따졌다. 인조가 대충 둘러대는 말로 답하자, 두 사람은 다시 조목조목 따졌다. 결국 인조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뒤에야 두 사람은 물러났다. 조선왕조는 전제군주 국가다. 흔히 전제군주 국가는 임금이 마음대로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대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조선시대는 언로가 지금보다 더 잘 열려 있었다. 임금의 잘못을 지적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주고 관료들의 잘못을 탄핵하는 전담기관인 사간원과 사헌부가 있었다. 두 관청에는 임금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을 전담하는 관원이 여럿 있었다. 그리고 일반 선비들도 상소를 통해 임금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었다. 명종과 그 어머니 문정왕후의 잘못을 지적한 강직한 상소를 올려 조야를 진동시킨 남명(南冥) 조식 선생도 선비의 신분으로 상소를 올린 것이었다. 오늘날 감사원이나 검찰청이 있지만, 대통령의 잘못은 애초에 지적할 수가 없다.

    조선시대 관료나 선비들이 임금을 상대로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이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해 임금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바로 선비정신에서 나왔다. 시골에서 공부해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나선 선비 출신의 관료가 자기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러러 하늘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도 부끄러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민주화에 성공했다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에게 바른 말을 하는 장관이나 비서가 없다. 대통령들도 허심탄회하게 비서나 관료들의 말을 받아들일 도량이 없다. 또 장관이나 비서들은 지식교육만 받았지, 한 번도 선비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대통령 앞에서 당당하지 못하다. 또 대부분 연줄을 타고 발탁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이미 떳떳하지 못하다.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정신적인 힘이 없다. 자기의 잘못을 덮기에도 바쁜데 어떻게 대통령 앞에서 바른 말을 하겠는가?

    바른 사람이 발탁되지 못하면 간교한 무리들이 판을 치게 마련이다. 나라는 장차 어디로 가겠는가?

    *極 : 극도로 극. *言 : 말씀 언.

    *上 : 위 상, 임금 상. 過 : 지날 과.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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