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상전벽해와 김해 ‘안동벽해’- 허충호(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6-10-05 07:00:00
  •   
  • 메인이미지

    김해시는 주요 시정 홍보사항이 발생하면 통상 해당 부서가 속한 건물의 외벽에 현수막을 내건다. 지금 시청에는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좌우 별관 모두에 걸려 있다. 현수막에는 안동공업지구가 국토부의 투자선도지구로 지정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해시가 이번 사안에 무척 고무돼 있다는 방증이다.

    김해시가 이번 일에 대해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간 수차례의 시장선거나 국회의원선거 때마다 안동공업지구 재개발이 약방의 감초와 같은 단골메뉴였고 이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은 아닌가 한다.

    김해는 바다가 없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지명에 바다(海)가 들어 있다. 고대에는 바다를 면한 지역이지만 서로는 창원에, 남으로는 당시 진해에, 동으로는 부산에 몸의 일부를 떼주면서 이름만 ‘바다의 땅’으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4대 평야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비옥한 농토가 포진했지만 이제 김해를 농업도시로 이해하는 이들은 없다. 그런 시대의 흐름에는 2차 산업의 태동지라는 안동공업지구가 있다.

    지난 1968년 한일합섬 김해공장이 안동공업단지에 들어서면서 김해는 새로운 일자리와 소비시장을 형성하는 틀을 열었다. 안동이라는 무게추가 반농반도(半農半都)의 농업중심도시를 2차 산업으로 기울게 했지만, 문제는 계획적인 산업단지의 틀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하기야 경남에 산업단지의 틀을 갖춘 창원국가산단이 태동한 것이 1973년이니 김해라는 작은 지역이 자체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도 무리였다. 그 결과 농지에 110여 개의 공장이 무분별하게 들어서 자연발생적 공단의 문제가 노정됐다. 이를 해결하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 1989년까지 지주조합 중심의 구획정리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도약의 기회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내외동과 북부동, 장유와 율하, 진영 등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주거지역과 상권은 퇴보했고 한때 경제의 옥동자는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이다.

    그런 안동공업지구가 투자선도지구로 선정돼 ‘김해국제의료관광융합단지’로 재도약의 전기를 맞은 것이다.

    이제 초점은 다음 단계에 맞춰진다. 건축으로 비유하면 부지를 확보한 셈이니 이제 건물설계와 시공에 들어갈 시점이다. 여기에 몇 가지 제언이 있다.

    안동공업지구가 국제의료관광융합단지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민간자본에 의지하기보다는 민간자본을 더 유치하기 위한 지자체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제의료관광융합 추진협의체를 국내외 관련 현안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대형 유통매장에서 동선에 따라 매출이 확연히 달라지듯, 같은 협의체라도 운영자들의 역량에 따라 생산 가치는 달라질 수 있다.

    단지 조성을 위한 기반시설공사에 지역의 산물을 충분히 활용해 지역의 혼이 서려 있는 곳으로 만들고 ‘제4제국’ 가야의 왕도로서 역사적 명성을 활용할 수 있는 국제적 관광인프라 구축 방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비록 지금은 지명에만 바다를 품고 있지만 넓은 바다의 기운이 살아 있는 곳이 김해다. 투자선도지구를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안동벽해(安洞碧海)’의 계기로 삼고 이를 ‘안동 르네상스’로 명명하면 너무 거창한가.

    허충호 (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허충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