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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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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생존기] 48기 안대훈 (5) 불편해도 괜찮죠?

  • 기사입력 : 2016-10-05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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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배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자주 놀란다. 기자는 생각보다 바쁘고, 예상보다 시간에 쫓기고, 상상보다 일이 많다. 그럼에도 지친 내색 하나 보이지 않는다. 절로 감탄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당연한 일이 된다. 기자라면 원래 그래야 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놀랍고, 곱씹을수록 대단한 점은 이와는 다른 데 있다. 당연한데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것이 있다.

    기자는 어디서 뉴스를 찾는 것일까. 나는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기사거리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선배들은 어디서 발견했는지 매일매일 기사를 써 낸다. 마치 두 눈에 스카우터(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전투력 측정장치)를 쓴 기뉴특전대처럼 도처에 널린 문제를 발견하고, 즉각 뉴스가치를 측정해 기사가 될 사안인지를 판단한다. 척하면 척이다.

    평일이면 신문이 나온다는 당연한 사실은 이처럼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을 해내는 기자들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궁금한 나는 자주 묻는다. 선배님 어떻게 매일 기사를 쓰실 수 있는 겁니까? '대충'도 아니고 '잘' 말입니다. 선배는 말한다. 나도 놀랍다. 아... 네. 선배는 결국 시간과 노력이 해결해주리라는 낙관적 전망을 덧붙인다. 분명 정답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수한 담금질 끝에 쇠가 단단해지듯, 경험이 쌓이면 해결될 문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구미가 당기진 않는다. 족집게 과외가 성행한 이유를 알 듯하다.

    다음 달(11월)이면 나는 '수습'을 떼고 '기자'가 된다. '수습기자 생존기' 연재 종료가 임박했다는 의미이자, 우리 신문 지면상 한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다. 부담된다. 그렇다고 명함만 기자인 사람으로 남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내 눈은 '까막눈'이다. 뉴스거리가 있어도 보지를 못한다. 기사화될 수 있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나도 모르는 새 내 곁을 지나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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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이면 친구를 만나 닦달해 본다. 요즘 불편한 거 없냐. 사소한 거라도 괜찮으니까. 아무거나 말해봐. 친구는 답한다. 니가 불편해. 조용히 하고 술이나 마셔. 나는 묵묵히 술을 마신다. 한 잔, 두 잔, 술잔을 비운다. 그리고 말한다. 진짜 없어?

    퇴근 후 저녁, 불안과 걱정이 찾아왔다. 이 환상의 복식조에 앞에 나는 말없이 운동화 끈을 동여맨다. 행선지는 없다. 그냥 걷는다. 창원 도심의 속살을 더듬다보면 손끝에 이 도시의 뾰루지 하나쯤은 걸리지 않을까. 막연한 희망을 품어 본다.

    창이대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창원천 걷기코스가 눈에 밟혔다.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선선한 밤이라 운동 겸 산책을 나온 이들이 보였다. 그들을 보자 이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요즘 살면서 고충사항 없으세요, 라고 물어보면 어떨까. 그날따라 비상한 실천력도 뒤따라 생각은 머릿속에 머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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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내린 창원천.

    전방 20m쯤 한 아주머니가 파워워킹 중이었다. 나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5m 이내로 거리가 좁혀지자 아주머니는 갑자기 속도를 냈다. 역시 파워워킹은 다르군, 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질세라 나도 속도를 높였다. 2m까지 가까워졌을 때 아주머니는 뛰어서 걷기코스를 이탈했다. 오... 오해입니다.

    다들 불편했다면 미안해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요. 이해하시죠? 그런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미리 양해 구할게요. 물론 귀찮게 물어서 불편하고, 보기 싫어 애써 눈 돌린 문제를 다시 눈앞에 들이대니 마음이 편치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제 진심은 우리가 발 디딘 사회를 더 낫게 변화시키고 싶다는 데 있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한 점, 눈감았던 불합리한 점들을 하나둘 고쳐나가다 보면 이전보다는 분명 더 좋은 곳이 돼 있을 거라 믿어요.

    그러니 불편해도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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