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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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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창원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2팀장 박동선 경위

“봉사는 제 삶의 덕목… 소외된 곳에 음악으로 희망 전해요”

  • 기사입력 : 2016-10-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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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여년 전 어머니 계신 요양원서
    음악봉사공연 본 후 색소폰 구입
    학원·평생교육 다니며 실력 키워
     
    2012년 ‘경남POL색동회’ 조직
    노인병원·농촌마을서 봉사 시작
    각종 행사·동료 경조사서도 공연
     
    민간 색소폰 동아리에도 가입
    산골마을 등 다니며 봉사활동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봉사 계획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제 삶의 최고 덕목입니다. 제가 솔선수범해서 봉사를 하면 이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로 확산되고 그러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겠습니까.”

    남을 누르고 올라서야 자신이 살 수 있다는 정글의 논리가 만연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 삶이 팽배한 요즘, 남을 위한 이타적(利他的)인 삶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박동선(54·경위) 창원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2팀장은 대민업무의 최일선 현장인 파출소에 근무하고 있다. 꼬박 이틀을 근무하고 이틀을 쉬고 있지만 편하게 쉬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인원이 부족해 정해진 이틀 근무보다 더 근무하기 일쑤고, 쉬는 날이면 요양원 등에서 음악봉사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고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인 만큼 힘든 줄은 모른다. 봉사활동이 생활이 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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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선 경위가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 위치한 자신의 연주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음악봉사는 나의 삶

    박 경위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은 10여 년 전 어머니가 요양원에 있을 때 음악봉사를 하러 온 봉사단체 단원들을 보고서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기타나 아코디언, 색소폰을 부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색소폰 소리에 이끌렸다. 음악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악기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몰랐던 박 경위는 그날로 덜컥 중고 색소폰을 사서 배우기 시작했다. 박 경위 입문 당시에는 악기 가격도 만만치 않게 비싼 데다 배우는 사람도 거의 없어 혼자서 학원을 다니고 대학교의 평생교육과정도 들어가 실력을 키웠다.

    박 경위는 취미로 음악을 하던 중 지난 2012년 경남경찰관 중 색소폰을 취미로 하고 있는 동료들끼리 의기투합해 경남경찰청 폴리스(POLICE)를 줄인 ‘경남POL색동회’를 조직하고 본격적으로 음악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색동회는 남에게 보여주는 공연이 아닌 음악으로 봉사활동을 펼치자는 목적으로, 노인요양병원이나 농촌마을에서 음악봉사를 시작했다.

    박 경위 등 7명으로 구성된 색동회 멤버들은 각기 다른 업무를 맡고 있으면서도 주말이나 비번 날이면 시간을 맞춰 사회시설을 찾아다니며 음악봉사활동을 벌였다. 그동안 요양원 등 다양한 기관을 방문하거나 각종 행사 때 공연을 하면서 이제 공연 횟수만도 60회를 훌쩍 넘어섰고 비공식 행사까지 합하면 150여 회에 이른다.

    박 경위의 색소폰 연주 실력이 알려지면서 동료 경찰들의 승진이나 퇴직, 경조사 때에는 단골로 불려 다니는 유명(?)인사가 됐다. 박 경위는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음악 봉사활동을 하고, 경찰 이미지 쇄신과 홍보에도 기여한 점이 인정돼 경찰청장, 지방청장, 서장 등으로부터 수십 차례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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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경위는 색동회 외에도 색소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캔버라색소폰동호회’에도 가입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캔버라색소폰동호회는 의사나 장학사 등 다양한 업무를 하는 12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순수 음악동호회다.

    박 경위는 캔버라색소폰동호회 회원들과도 수많은 음악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동아리인 만큼 음악봉사활동 외에도 산골마을을 찾아다니며 의료활동 등도 벌인다. 캔버라색소폰동호회는 매년 7월이면 1박2일로 박 경위의 고향 인근 오지마을을 찾아 음악봉사와 의료 활동도 벌여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봉사가 생활인 경찰로 한평생

    박 경위의 고향은 거창군 북상면 월성리 황전마을이다. 남덕유산 바로 아래 오지마을이다. 여느 산골사람들처럼 농사짓는 것 외에는 별다른 할 일이 없던 시절,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에 입대했다. 제대를 앞두고 미래를 고민하다가 경찰에 입문했다.

    그가 경찰에 입문한 것은 조부(祖父) 3형제의 영향이 컸다. 조부들은 일제강점기 독립활동을 했다고 한다. 조부들의 얼굴은 뵙지 못했지만 활동상을 전해 듣고 가슴에 뜨겁게 남아 있던 정의의 불씨가 그를 경찰의 길로 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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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발령지는 당시 시위진압 등을 위해 만들어진 형사기동대였다. 그는 1986년 민주화 시위가 극심했던 시기에 3년간 형사기동대로 근무하면서 군대를 한 번 더 갔다 온 느낌을 받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이후 경찰업무는 내근직이었다. 창원중부경찰서 경무과와 경남경찰청 경무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경사로 진급한 후 창원중부서 가음정파출소로 발령나면서 지금까지 현장근무를 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파출소 현장직이 적성에 맞다고 한다.

    그의 아침 출근길은 남다르다. 매번 출근에 앞서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누굴 만날 것인지”를 생각한다.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출근을 하면 대충 하루를 보내기보다 흐트러짐 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출근 후에도 그는 자리에 앉아 있는 법이 없다. 수영장을 찾아 신종 보이스피싱 예방에 대해 홍보하기도 하고, 창원과학체험관을 찾아온 여중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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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버라동호회’ 공연 모습.


    지역순찰길에 경로당 앞에 어르신들이라도 눈에 띄면 곧장 달려가 말동무가 되어 주기도 한다. 지난 추석 때는 순찰 중 학교 운동장 본부석에서 비를 피해 앉아 술을 마시고 있던 30여명의 베트남인들을 만나 타국에서 명절을 맞은 이들을 위로하고 교통법규 준수와 음주운전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시민안전을 위한 그의 발길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일과 봉사활동에 미친 그는 고향 후배로 평생을 함께해 온 아내 정숙자(53)씨에게는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큰돈을 벌어주지 못하고 쉬는 날이면 봉사활동을 한다고 집을 비우는 그는 아내 생일날 색소폰 연주로 마음을 풀어주는 로맨티스트이기도 하다.

    30년을 넘긴 경찰생활도 어느덧 5년 정도 남았다고 한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지금처럼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현장인 파출소에서 계속 근무하면서 퇴직하는 것이 소박한 바람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봉사를 하려고 시작한 것이 아닌데, 어쩌면 제 삶이 봉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인가 봅니다. 주민들에 대한 봉사가 주임무인 경찰로 살아 왔고 취미로 시작한 음악을 통해 또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라면서 “남은 임기 동안에도 지금처럼 경찰로서 본업에 충실하고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소외된 곳을 찾아 음악으로 봉사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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