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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청년] 남해서 ‘B급 상점’ 운영하는 우세진·한송이 부부

“귀촌 후 창업, 새로운 도전이죠”
여행왔다 반한 마을에 눌러앉아 창고 개조해 소품·선물가게 운영

  • 기사입력 : 2016-10-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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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촌해서 시작한 창업, 도망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죠.”

    남해군 남면 석교마을, 익어가는 벼 위로 푸른 컨테이너박스가 눈에 띈다. 여행왔다 반한 마을에 눌러앉게 된 부부가 운영하는 소품·선물가게 ‘B급 상점’이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약간은 모자라 친숙할 수 있는 의미에서 B급 상점이라 이름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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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촌한 남해에서 소품·선물가게 ‘B급 상점’을 운영하는 한송이·우세진 부부.

    B급 상점을 운영하는 한송이(33)·우세진(37)씨는 서울과 부산을 거쳐 살다 남해에 온 지 2년째다. 연고도 없는 이 마을에서 유일한 젊은이로, 세 명의 자녀는 유일한 아이들로 어르신들의 관심을 받으며 주민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준비하면 귀촌 못 온다는 이야기가 저희한테는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겠다는 뚜렷한 생각없이 일단 몸부터 온 거죠. 처음에는 서울에서 사고 내고 도망쳐온 부자 부부라는 소문도 돌았어요, 이젠 아니라는 걸 아시지만요.(웃음)”


    우 씨가 지난해 마을의 시금치 유통을 도우면서 마을 어르신들과 가까워졌다. 이후 멸치일 등도 해보려 했지만 허리를 다쳐 농·어업과 관련된 일을 하기 힘들게 됐다. 그러다 취미로 목공예를 하면서 B급 상점을 여는 데까지 왔다. 10년 동안 도시에서 댄스학원을 운영하던 우씨는 목수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작업실로 쓰던 창고를 개조해 B급 상점으로 만들고, 집 위층에 파란색 컨테이너를 하나 둬 작업실로 꾸몄다. 컨테이너는 B급 상점 간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고정 수입도, 충분한 자본도 없다 보니 상점 인테리어를 위해 손수 자재를 사다 나르고 하는 것이 힘들었다. 지난 8월부터 가오픈해 손님은 많지 않지만 집 창고를 스스로 개조해 만든 가게인 만큼 임대료 걱정 없이 즐기면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우)서울이랑 부산서 사업을 해봤으니 임대료가 얼마나 비싸고, 임대료를 메우기 위해 주변 업체들과 경쟁하고 치열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았죠. 지금도 빚은 있지만, 제 집창고에 가게를 열었으니 부담은 없습니다. 좀 덜 벌고, 좀 덜 쓰려고요.”

    최근 열린 독일마을 맥주축제 기간에 열린 프리마켓 ‘돌잔치’에서는 리사이클링을 주제로 만든 목공예와 캔들 등을 선보이면서 B급 상점을 알렸다.

    상점 자체가 창고를 개조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데다, 공예에 이야기를 불어넣기 위해서 쓰던 것에 새로운 쓰임새를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나무에다 마을 어르신들이 버린 오래된 국자를 이용해 만든 캔들 홀더가 좋은 예다. 마을과 어울려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부부는 창업을 생각하는 젊은이들과 직장인들에 귀촌을 추천한다 했다.

    “(우)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무엇보다 예전엔 하루에 한두 시간도 보기 어렵던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아요. 요즘은 인터넷, 택배시스템이 잘 돼 있어 누가 올까 싶은 시골에서도 창업을 하는 게 가능한 것 같으니, 도전해봐도 괜찮아요.”

    B급 상점은 앞으로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으로서의 기능을 비롯해 남해를 여행했을 때 꼭 들르고 싶은 곳으로 거듭나기를 꿈꾸고 있다.

    “(한)아직은 남해에 이런 곳이 잘 없으니까 먼저 해보려고요. 인터넷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것들, 흔히 볼 수 있는 것 말고 남해를 담은, 기억에 남는 물건들을 놓아두고 싶습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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