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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남북관계 정상화 시급하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6-10-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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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러한 국면이 더욱 길어진다면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며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안보 구도의 틀이 바뀔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판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추후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최근 상황을 보면 한반도가 전장화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을 벌였다. 지난달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미국은 확장억지의 일환으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출격시켰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두고도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악화일로의 환경에서 북한은 주변 상황과 정세 변화를 활용하며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의 강력한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우리는 군사적 안보적 대응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역시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적절히 자신들의 패권과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미·중 간의 전략적 이해에 따른 경쟁·대립이 정리되기 전까지 한동안 지속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관계 정상화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는 것에 일부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북한 함경북도 북부 지역에 대규모 수해가 발생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북한의 5차 핵실험 등을 거론하며 대북 수해 복구 지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제재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감안하고 제반 상황을 따져 볼 때, 북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가 얼마나 가능한지 의문이다. 지속적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아온 북한을 더욱 강력한 제재로 변화를 갖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북한에 자신들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투영해 온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민생까지 대상에 추가하는 제재에는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와 이를 둘러싼 국면과 상황에 대한 평가, 향후 주변국 등과의 관계 및 북한이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우리는 어떠한 전략과 대안을 갖고 난국을 돌파해 나갈 것인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을 지속하는 것은 북한의 붕괴를 기다리면서 전략적 대처 없이 상황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가 한반도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에서 외길의 태도를 지속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것, 즉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해 우리에게 유리한 판을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남북간의 적대적 대립이 이어지는 한 미·중 간 갈등이 한반도에 투영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관계의 단절 및 불안정 심화는 북핵문제 해결 및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중이 갈등한다고 해서 이들의 눈치만 보다가는 종속적이고 수동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제재와 협상은 모두 필요한 것이지만, 어느 하나에 집착하기보다는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한 강력대응 차원에서 제재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협상이라는 카드에도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북핵문제가 해결 국면에 진입하지 않는 상황은 남북관계 정상화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남북관계 정상화가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전제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해 북한 변화를 이끌며 한반도에 대한 미·중의 부정적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등 새로운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북핵문제를 해결 국면에 진입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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