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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마음 온도가 높아지려면- 양영석(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6-10-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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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태풍 ‘차바’가 제주도와 남해안에 상륙하며 기록적인 폭풍우를 쏟아붓고 지나간 뒤 또 비가 내리더니 쌀쌀해졌다. 자고 나니 아픈 무릎이 시려 집안 창고에 넣어두었던 전기장판을 꺼내고 지금껏 사용하던 선풍기를 대신 집어넣었다.

    해마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몸이 추위를 느끼지만 몇 년째 삶의 질이 낮아지면서 마음은 오래전에 꽁꽁 얼어붙었다.

    마음이 추운 것은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이지 싶다.

    청년실업, 저성장, 구조조정, 가계부채 증가 등 불황·저성장으로 인한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인이 느끼는 ‘마음의 온도’가 영하 13.7도로 나타났다.

    ‘마음의 온도’는 현재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힘든 정도를 영하로, 만족하는 정도를 영상 온도로 표현한 수치다.

    세대별로 보면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고등학생이 영하 15.7도, 결혼·육아 등으로 소득 만족도가 낮은 20~30대 직장인이 영하 12.9도, 퇴직이 가까워진 50대 직장인이 영하 12.1도로 그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40대 직장인이 영하 10.7도로 그중 높았다.

    취업준비생을 포함한 대학생 그룹이 영하 17.3도로 심리적 추위가 가장 심했다. 특히 취업준비생만 따로 조사했을 때 마음의 온도는 영하 20.7도까지 떨어졌다 하니 젊은이들의 마음 고생을 알 만하다.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인 이른바 ‘대졸백수’는 지난해 기준 334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4.7% 늘어났다. 이는 2000년의 159만2000명보다 2.1배 늘어난 것이며 증가폭으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낭만이 사라진 대학 캠퍼스는 취업학원, 고시학원이 된 지 오래다.

    대졸자들의 어려운 취업 현실이 고등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극심한 대졸 취업난이 계속되자 대학에 합격하고도 공무원 학원으로 발길을 옮기는 고등학생, 이른바 ‘공딩’들이 급증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창의적인 삶이나 도전보다는 공무원, 교사 등 안정된 직업을 좇게 만드는 세태는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은 또 있다. 최근 국제적인 인권기관들이 평가한 우리나라의 공무원 부패지수, 언론의 자유 정도, 노동자 권익과 집회의 자유 정도가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다.

    그에 상응하듯 소득 양극화, 젊은 계층의 상실감,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 또한 낙제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여기다 법원과 검찰, 변호사로 대변되는 법조계의 부패가 눈에 띄게 불거지고 있다.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한 일반 서민들이 투사가 돼 농성·집회를 하고, 권력층들의 각종 부정부패와 불법적인 재산 불리기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정의롭지 않고 구성원들의 마음 온도는 자꾸 내려갈 것이다.

    사회적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갖고 나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 한 움큼 베풀 수 있다면 내 마음의 온도는 높아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부의 격차가 해소되고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며 법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전제돼야 한다.

    양영석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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