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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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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곳간에서 인심 난다- 전강준(부국장대우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6-10-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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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야.’

    자살률 1위를 달리던 서울의 마포대교에 따뜻한 글귀가 새겨지면서 생명의 다리로 다시 태어났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찌들린 사회생활로 이곳을 찾았을까. 이들이 투신 직전에 본 것은 ‘속상해하지 마’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문구였다. 글귀는 생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모 생명회사의 큰돈 들이지 않은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이었다. 이렇듯 각 기업들은 이익의 일부를 사회공헌활동 예산으로 책정해 지출하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강제성을 띤 어쩔 수 없는 사회공헌 예산 책정이라면 문제가 많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기업의 사회적 영향과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서 득이 된다.

    사회공헌 중 가장 많이 지원하는 곳이 사회복지 분야이고, 교육, 학교, 학술연구, 문화예술, 체육 등의 순으로 고루 지출되고 있다. 올해 대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은 전년 대비 6.8%(1872억)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은행권은 달랐다.

    은행권은 오히려 현금배당은 늘리고 사회공헌 지출은 줄였다. 한마디로 국민들 상대로 영업해 이익을 본 뒤 자신들의 배당은 늘리고 사회공헌 지출은 짜게 놀았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밝힌 ‘최근 3년간 은행별 사회공헌활동 예산집행현황’ 자료에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 17개 은행사의 사회공헌지출 규모는 2013년 5886억원, 2014년 5012억원, 2015년 4610억원으로 꾸준히 줄었고, 올해 6월 말 기준 지출금액도 1080억원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금배당금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3년 1조2979억원에서 2014년 2조6419억원으로 대폭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조3888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지난 3년간 당기 순이익 등 꾸준한 흑자 실적으로 현금배당금은 확대했음에도 사회공헌 지출에는 인색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4대 은행(신한·우리·하나·국민) 중 일부 은행은 특정 지방의 은행보다 올 상반기 사회공헌 예산편성이 적었다. 수입은 10배 이상이었지만 사회공헌 예산은 지방의 은행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사회공헌활동 예산을 많이 편성한 곳은 농협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등으로 각각 100억원을 넘어섰다.

    지방은행들 역시 사회공헌 지출은 감소했다.

    BNK금융지주 산하 부산·경남은행을 비롯해 대구·광주·제주·전북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의 지난 3년간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2013년 966억3400만원, 2014년 922억원, 2015년 883억1300만원으로 계속 하락했다. 다만 영업이익 대비 사회공헌비용 비율은 4대 은행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만큼 금융의 사회적 책임 또한 중요하다. 사회공헌이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시중은행의 이익을 창출해주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만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사회공헌 지출은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모 국회의원의 말을 한 번쯤 새겨볼 만하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은행권이 실제 국민들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 곳간의 인심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으면 한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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