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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은 우리들의 의식 혁명이다- 명형대(경남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6-10-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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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20일이 됐다. 70%의 국민들은 다소 혼란스러워도 이 법이 정착돼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조금씩의 불편함이나 손해를 입어도 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또 이를 감수하고 있다. 언론 보도는 김영란법이 직장인의 귀가를 빠르게 하고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 식탁자리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김영란법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이러한 것이 우리들이 공유할 수 있는 미래 사회에 대한 꿈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궁극적인 김영란법의 정신은 특별한 부와 권력을 가지지 않은 서민 대중을 위한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많다. 엊그제는 대리운전업자들의 볼멘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대리운전이 신종 서비스업으로 본격화돼 나름의 일자리로 자리를 잡긴 했지만, 우리의 술 문화 옆에서 자라고 있는 독(毒)으로서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대리운전이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이전에 오히려 사고의 원인이 되는 술 문화를 보조하지 않는가. 이 술 문화에 김영란법이 직격탄이 되는 것은 술 문화가 부정청탁의 대표적인 수단이 되고 있고 대리운전은 이로 말미암아 번창하고 있으니 대리운전업은 이제 그 고개를 수그릴 때가 된 것 같다.

    농민을 대변하고 있는 농민신문은 매호 김영란법이 농축산 관련업을 도산시킬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듯이 김영란법이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법일진대,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의 농축산업은 부정과 부패를 바탕으로 지금의 생산구조를 이뤄왔고 우리 농민은 또 그것을 터전으로 살아 왔다는 말인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화훼농가의 경우, 전폭적으로 줄어든 꽃의 소비는 화훼업이 고사 일로에 있다고 하는 말이 엄살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장례식장에 줄어든 조화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우리들 모두가 과거에 이미, 늘, 그렇게 여겨 왔듯이, 정말 이 과잉되고 허례에 빠진 장례문화, 화환의 생산과 소비가 언제쯤이나 끝이 날까를 냉소하며 지켜보아 왔다. 이제 농가는 정부의 도움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거나 생산구조를 정상적으로 바꿔야 한다.



    산업구조상 요식업 종사자가 많으니 이들도 걱정이다. 어디서건 구내식당 배식구에는 줄이 늘어나는데, 주변 식당에는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소비는 나름의 자리를 잡을 것이다. 우리 소비자들이 늘 한 끼에 그렇게 3만원이나 되는 식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청탁을 위해서 자리를 하는 것도 아니다. 김영란법이 보다 많은 서민 대중을 위한 법인 것처럼 오히려 이른 귀가로 가족들이 함께하는 저녁 식사나 가족끼리의 외식으로 ‘아름다운 식사’가 이뤄지는 소비 패턴이 정착될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지나친 고가의 고급화된 음식점이 많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요식업 종사자는 적절한 식단을 만들어 대비하는 수도 있고, 전업을 해야 할지를 숙고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정상적인 소비에 의한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것이라면 언젠가 그것은 요동치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더치페이도 정(情)과 합리성이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우리들의 진정한 삶을 위한 일상에 맞는 산업구조도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의 의식혁명을 수행하지 않으면 이 좋은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싱가포르가 법으로 부정부패 없는 사회를 이뤄냈듯이 우리의 김영란법은 단순히 법적인 문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김영란법이야말로 그 취지가 뜻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을 넘어서서 우리의 산업구조와 나아가서 부정적인 우리들의 의식구조까지 바꿀 수 있는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깊이 생각하자.

    명형대 (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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