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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사태와 기업의 조직문화- 하봉준(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10-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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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갤럭시노트7 사태의 근본 원인을 조직문화의 경직성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 애플의 아이폰과 중국 후발주자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삼성이 무리하게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충분한 점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시장에 출시했다는 것이다. 더욱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폭발의 원인을 제대로 찾지도 않은 채 문제를 해결했다고 공표하고 리콜을 시도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반복했다는 점이다.

    누군가 제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했지만 중간 단계나 윗선에서 무시했을 수 있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더라도 조직 분위기를 감안해 아예 보고조차 안 했을 수 있다. 개인은 조직 전체의 이익보다 자기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우선하기 마련이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조직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배척당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하면 선택의 방향은 명확하다. 조직이 하는 일에 순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구성원 모두는 침묵하고 무조건 따르게 된다. 조직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비판적 사고는 사라지고 생존에만 연연해하는 보신주의가 만연하게 된다. 이번 갤럭시 사태도 이러한 조직문화의 퇴행이 작용했으리라 짐작된다.

    삼성이 오늘날 세계일류기업의 위상을 구축하기까지 무엇보다 조직문화의 혁신에 앞장섰다는 점을 짚어보고 싶다.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취임하면서 최초로 내세운 일성은 세계일류의 비전, 질 중심의 경영 그리고 이를 위한 의식과 행동의 변화였다. 그래도 변화가 없자 1993년 신경영을 통해 이건희 회장이 직접 일선에 나섰고, 1995년 애니콜 화형식까지 치르면서 품질 위주의 경영을 뿌리내리려 했다. 마침내 삼성이 세계일류로 인정받게 된 것이 2000년대 초로, 혁신을 시도한 지 무려 1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변화와 혁신의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해 온 삼성이 다름 아닌 조직문화의 경직성으로 이번 사태를 초래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합리’와 ‘관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삼성의 조직문화가 이 과정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사건으로 삼성은 돈으로 환산하면 손실이 수조원을 넘고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의 실추로 기업의 생존조차 위협받게 됐다. 삼성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한편으로 삼성이 이럴진대 우리나라의 다른 기업이나 기관, 단체의 조직문화는 얼마나 문제가 많을까라는 우려가 든다. 우리나라 조직문화와 관련해 보편적인 문제점 중의 하나는 복지부동, 무사안일일 것이다. 새로운 일을 추진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방치하게 되면 누구나 해오던 일, 위에서 하라는 대로만 일을 하게 된다. 오죽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화가 필수적이지만,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코 차별화하지 말라는 얘기가 나돌까? 이외에도 전체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자기 이익부터 먼저 챙긴다든지 새로운 사장이나 부서장이 오면 전임자 실적부터 깎아내리고 자기 사람부터 심는다든지 하는 것들도 반드시 극복해야 할 조직문화의 폐해들이다.

    기업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건강한 조직문화가 선행돼야 한다. 이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정책이나 제도의 도입도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그 결과 조직에 역효과를 내게 된다. 기업 구성원의 사고와 행동은 기업의 존재가치이자 수익의 원천인 시장과 고객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의 활동이 시장과 고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최소한의 소통마저 단절된 채 무조건 윗선의 지침에 따르는 기업에게 희망은 없다. 그러한 기업과 조직이 만연한 국가 또한 위태롭기 짝이 없다.

    하봉준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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