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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 불괴옥루(不愧屋漏) - 방안의 컴컴한 구석에서도 부끄러움이 없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6-10-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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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고전 ‘시경(詩經)’에 “네 방에 있을 때 살피게나! 방의 서북쪽 모퉁이에서도 부끄럽지 않게 하기를.(相在爾室,不愧于屋漏)”라는 구절이 있다. ‘중용(中庸)’에도 이 구절을 인용했다.

    ‘옥루(屋漏)’란 방의 서북쪽 모퉁이로, 집의 방문이 보통 남쪽에 나 있기 때문에 방의 어두컴컴한 곳을 가리킨다. 아득한 옛날 사람들이 움막집을 짓고 살 적에 방안의 채광을 위해서 천장에 구멍을 뚫고 집을 지었는데, 비가 오면 그곳은 비가 새었기 때문에 ‘옥루’라고 했던 것이다. ‘불괴옥루’는 ‘방의 어두컴컴한 구석에 혼자 있을 때도 자기 마음에 부끄럽지 않게 지내라’는 뜻이다. 흔히 ‘혼자 있을 때를 삼가라’라는 뜻인 ‘신독(愼獨)’이라는 말과 거의 같게 쓰인다. 누가 보건 안 보건 간에 항상 말과 행실을 광명정대(光明正大)하게 하라는 가르침이다.

    역사의 자료 상당량이 비밀리에 단둘이 한 이야기로 돼 있다. 그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는 절대 비밀이 보장될 줄 알았는데, 그 뒤 상대방이나 측근에 의해 대부분이 공개가 된 것이다. 공개된 것을 역사가가 기록으로 남겨 영원히 남게 됐다.

    송나라의 유명한 정승이자 학자인 사마광(司馬光)이 한 말 가운데 “평생 한 일 가운데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할 것이 있은 적이 없다.(平生所爲, 未嘗有不可對人言者)”라는 것이 있다. 평생 한 일이 마음에 부끄러워할 만한 바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자기가 한 말이나 행동을 모두 남에게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할 적에 혼자나 단둘이 하는 말이나 일이라도 모든 사람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나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요즈음 미국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가 사적인 상황에서 친구들과 한 성(性)에 관한 농담이 다른 방송 진행자의 부착 마이크에 녹음이 돼 20여 년이 지난 세월 뒤 공개됐다. 이 말이 성희롱 발언, 여성비하 발언으로 확산돼 곤욕을 겪고 있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아마도 대통령 선거 당락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중요한 국가기밀을 개인 이메일로 주고받고 그 뒤 그 내용이 국가기밀인 줄도 모르고 허술하게 취급했던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민주당 대선후보를 꿈꾸고 있는 문재인 전 의원도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두고 우리나라의 투표 향방을 북한 김정일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자고 주장했다는 비밀회의 결과가 당시 외무부장관인 사람의 회고록에 폭로돼 대통령 후보가 되는 데 대단한 논란이 되고 있다.

    촬영, 녹음기술이 발달해 개인의 모든 말과 행동이 기록으로 남는 세상이 됐다. 다른 사람이 알거나 폭로되면, 망신을 당할 일 등은 애초에 안 하는 것이 좋다. 늘 자신을 수양하는 마음으로 언행을 항상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不 : 아니 불. *愧 : 부끄러울 괴.

    *屋 : 집 옥. *漏 : 셀 루.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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