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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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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생존기] 48기 안대훈 (6) A의 아침

  • 기사입력 : 2016-10-18 16: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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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서 앞에 선 A는 긴장한다. 그의 떨림은 당연하다. 경찰서가 편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곳은 분명 우리 뇌리 속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피하고 싶은 장소다. 하지만 그는 도망칠 수 없다. 앞으로 이곳을 제 집 드나들 듯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혹시 경찰이냐고? 아니다. 설마 범법자? 소심한 인간이 무슨 죄를 짓겠는가. 그는 기자다. 한 사회의 어두운 면에 눈 감을 수 없는 직업이 그를 경찰서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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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에게 형사과 문은 무겁기만 하다.

    절대 35개월 남은 자동차 할부 때문이 아니다...

    A가 경찰서를 3번째 방문하던 날 아침. 입구에서 서성이던 A는 주머니에서 진동을 느낀다. 수화기 너머로 선배 목소리가 들린다. 경찰서에 들어가서 밤새 일어난 발생·동행 사건, 교통사고 등을 알아보고, 보고하세요. 네!??!!!??. A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바닥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경찰서가 주는 위압감에 겁을 먹는다. 홀로 이곳을 누빌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A에게는 맘껏 걱정하고 불안해 할 시간도 없다.

    A는 우선 눈앞에 보이는 교통조사계로 간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묻는다. 바바밤 사이 일어난 교통사고 및 인명피해를 알아보러 왔습니다.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별일 없어요, 라는 답변만 날아든다. A는 용기를 내 한 직원을 붙들고 늘어진다. 진짜 별일 없었습니까? 사소한 일이든 아니든 말씀 좀 해주십시오. 그렇게 직원과 몇 번의 공방이 오가지만 A는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한다.

    A는 형사과로 발길을 돌린다. 형사과는 교통조사계보다 더 어렵다. 입구부터가 사람을 움츠러들게 한다. A는 철창이 둘러진 문을 조심스럽게 열며 들어간다. 그리고 묻는다. 밤새 일어난 동행·발생사건 확인하러 왔습니다. 인상 좋은 한 계장이 A에게 답한다. A는 기쁘다. 답변에 목 마른 A는 체할 듯이 답변을 들이킨다.

    A는 2층 기자실로 올라가 선배에게 사건·사고 내용을 브리핑한다. 허술한 보고다. 분명 많은 질문을 하고 답을 들은 것 같은데, 육하원칙은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폭행 사건을 예로 들면, A는 누가 누구를 때렸다, 까지만 보고한다. 언제 때렸는지, 어디서 때렸는지, 어떻게 때렸는지, 무엇으로 때렸는지, 얼마나 때렸는지, 어느 부위를 때렸는지 등을 빼먹은 것이다.

    A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1층 형사과로 내려간다. 그리고 다시 기자실로 온다. 다시 간다. 간-온-간-온. 반복한다. A는 계단을 오르내리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발견한다. 뱃살이 출렁인다. 참 별로다, 라고 A는 생각한다. 그래도 A는 이 일을 계속 해야 한다.

    그에게는 자동차 할부가... 아. 아니. 그는 밝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다...

    A의 아침은 반복된다. 차이가 있다면 이젠 선배 없이 홀로 경찰서를 방문한다. 선배랑 같이 가던 경찰서가 아닌 다른 서로 간다. A는 홀로 사건·사고를 물어본다. 여전히 허술하지만, 그래도 제법 육하원칙에 맞게 질문을 하기도 한다. 또 다른 변화는 A가 경찰서에서 그리 쫄지 않는다는 것이다. 죄도 없는데 경찰이 왜 두렵냐, 경찰은 국민의 공복인데, 라며 속으로 허세도 부린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의 호출로 A는 그때 그 경찰서를 방문한다. 2층 기사실로 가는데 거울이 보인다. 한 달 전 A의 모습을 기억하는 거울이 말한다. 이젠 안 쪼네? 맘 놓지 마. 이제 시작이야. 아직 점심도 안 됐어.

    그렇다. A는 여전히 모자란 게 많은 수습기자다. 기자로서 삶을 하루로 봤을 때 아직 아침도 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햇수가 여러 번 지나 점심을 맞는 날에, A가 우리 지역 사회를 위해 벽돌 한 장을 놓을 수 있는 기자가 돼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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